진경준 특임검사팀에 '자수서' 제출

'주식 대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진경준(49·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13일 검찰에 자수서 형식의 문건을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자신을 수사하는 이금로 특임검사팀에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 형식의 문건을 냈다. 진 검사장은 2005년 넥슨에서 4억여원을 빌려 비상장주식 1만주를 산 뒤 2006년 기존 주식을 넥슨쪽에 10억여원에 팔고 다시 넥슨재팬 주식을 매입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올해 4월 조사를 받기 전에는 개인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했다가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2006년 11월 넥슨 재팬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과정에 특혜는 없었고 다른 넥슨 주주들처럼 동일한 참여 기회를 제공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은 넥슨 측으로부터 고급 승용차인 제네시스를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자수서에서 일부 시인했다.

특히 넥슨의 법인 리스 차량이었던 제네시스를 처남 명의로 제공받아 보유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간의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객관적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의혹 일부는 시인했지만 형사처벌과 직결되는 특혜성, 대가성, 업무 관련성 등은 부인하는 취지로 풀이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을 전격 소환해 진 검사장이 낸 자수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전날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의 자택, NXC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물 분석이 이뤄지는 시기에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 회장을 예상보다 빠르게 소환했다. 여기에는 진 검사장이 일부 의혹을 시인하는 자수서를 제출한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일부 의혹을 시인했더라도 김 회장과 넥슨, 진 검사장 주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진 검사장이 시인한 내용만으로는 형사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진 검사장의 2006년 넥슨재팬 유상증자 참여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과 다른 혜택을 봤는지 등은 검찰이 김 회장을 비롯한 넥슨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결론 내릴 부분이다. 제네시스 차량을 처남 명의로 보유한 과정에서도 차량 거래의 대가성 등이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진 검사장이 한 대기업의 오너 일가에 대한 탈세 의혹 내사를 무혐의 처리하고 해당 대기업이 진 검사장 처남이 운영하는 청소대행업체에 수년간 100억대 일감을 몰아줬다는 새 의혹도 확인 대상이다. 검찰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업무 내용과 절차가 적법했는지, 대기업이 일감 용역을 맡긴 것은 무혐의 처분에 대한 '대가'나 '이익 제공' 등의 성격은 아닌지 등을 따져볼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진 검사장이 자수서를 냈어도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