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기소63명, 몸통은 못건드려
페이지 정보
권병찬 작성일15-07-16 04:33 조회1,743회 댓글0건본문
방산비리 기소 63명, 몸통은 못건드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육·해·공군 안팎에서 광범위하게 구조적인 비리가 벌어지고 있다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수사 결과가 나왔다. 각 군의 무기·장비도입 비리에 연루돼 기소된 사람만 전·현직 장성급 장교를 포함해 모두 63명에 이른다. 합수단이 출범한 지 7개월여만이다. 합수단은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수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뒤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비리 *해군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 *K-11 복합형소총 납품 비리 *해군 통영함·소해함 장비 납품 비리 *해군 잠수함 인수평가 비리 *공군 전투기 정비대금 사기 *특전사 방탄복 납품 비리 등의 사건을 수사해왔다. 비리에 연루된 군 사업비 규모만 총 9809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합수단은 추산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들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현재까지 63명이다. 이 가운데 47명이 구속기소, 16명이 불구속기소됐다.
신분별로는 군인이 38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옥근·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전·현직 장성급 장교이 10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영관급은 27명이 기소됐다. 각 군별로는 해군에서 기소된 사람이 총 28명으로 육군·공군(10명)보다 3배를 밑돌았다. 민간인 가운데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구속기소됐다. 김 전 보훈처장은 자신이 고문으로 근무하는 해외 업체의 기종이 해군의 해상작전헬기로 도입되도록 군에 로비를 벌이고 업체에서 14억원대 고문료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 유형별로 분류한 86건의 사건 가운데 사업 과정에서 시험평가결과보고서 등 관련 문서를 조작한 혐의가 25건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사업 편의 등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 받은 뇌물수수·공여 사건이 21건으로 뒤를 이었다. 군사기밀유출 수사와 방산업체 보안 점검 등을 담당하는 국군 기무사령부 직원들이 금품을 받고 무기중개업체인 일광그룹 이규태(64·구속기소) 회장 등에게 군사기밀 수백건을 넘겨주기도 했다.
특히 합수단 수사결과, 예비역 장성 등이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나 방산업체 고문 또는 임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현역 선후배 군인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온 사실도 드러났다. 해군 고속함·호위함 도입 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정옥근 전 해참총장은 사업 수주와 납품 편의 대가로 예비역 해군 중장 윤모씨가 근무하던 STX사(社)로부터 7억7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영함·소해함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 사건에서는 중개상 역할을 한 예비역 해군 대령 김모씨가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방위사업청에 로비를 벌인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해군의 차세대 214급 잠수함(장보고-II) 도입 과정에서는 예비역 해군 준장 출신 임모 현대중공업 상무가 잠수함 인수평가를 맡은 임모 전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인수평가대장 등에게 전역 후 취업 등을 대가로 로비를 벌인 정황도 드러났다. 그 결과 장비 결함으로 정상운용이 불가능한 잠수함 3척이 시운전 평가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해군에 납품됐다. 임 전 인수평가대장 등은 전역 후 실제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이처럼 군 핵심 전력을 이루는 각종 장비·무기체계 도입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수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합수단은 기소된 피고인들이 중형을 선고받도록 하고, 방위사업비리로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는 몰수·추징 등을 거쳐 환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5일 방위사업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전·현직 군장성 10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사람만 63명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사인력을 동원해 방위사업 전반에서 비리 혐의를 색출해냈지만 ‘몸통’에 해당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한 수사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유독 해군에서 비리가 많았던 것에 대해 “수만개의 장비가 들어가는 해군의 무기체계는 육·공군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또 방위사업청의 미흡한 감독 시스템과 예비역 군인과 유착하기 쉬운 폐쇄적인 군 문화, 기무사 등의 예방활동 기강 해이 등이 비리를 고착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합수단의 수사가 납품비리에만 집중됐다는 지적도 있다. 비리의 출발점인 무기 도입 결정 과정에 대한 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100억원대 규모인 공군 EWTS는 북한의 저고도용(SA-3) 미사일의 위협상황에 대한 훈련만 가능할 뿐, 중고도용(SA-2)과 고고도용(SA-5) 미사일의 위협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할 수 없다. 합수단은 EWTS 수사에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납품비리를 밝혀냈지만 도입 과정 자체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합수단은 “겉으로 드러난 것부터 수사해야 하는 특성상 무기 도입 결정 단계의 입증에 한계도 있다”면서 “남은 기간에 무기 도입 결정 단계 비리를 밝혀보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병찬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