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영화제, 주요배우들 불참, 엉망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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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지 작성일15-11-21 07:10 조회2,285회 댓글0건본문
대종상영화제, 주요배우들 불참, 엉망진창
'제52회 대종상 영화제'가 주요 후보들이 불참하는 파행으로 진행된 가운데 '국제시장'이 10관왕에 올랐다.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홀에서 진행된 '제52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국제시장'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자주연상(황정민) 감독상(윤제균) 등 10개 부문을 휩쓸었다. 남우주연상에는 '국제시장'에서 열연한 황정민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여우주연상은 '암살'의 전지현이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남녀 신인상은 이민호(강남 1970)와 이유영(봄)에게 돌아갔다. 조연상은 오달수와 김해숙이 각각 수상했다.
이미 남녀 주연상 후보 9명이 불참이 예고된 가운데 이날 대종상은 배우에게 주는 상 대부분을 대리수상으로 메우는 파행이 불가피했다. 또한 배우 김혜자에게 주기로 했다가 취소돼 논란이 일은 봉사상은 현장에서 다시 김혜자에게 주기로 했지만 시상자가 불참한 관계로 시상이 취소되기도 했다.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주요 부문 수상자(작품)
최우수작품상=국제시장
감독상=윤제균(국제시장)
기획상=국제시장
남우주연상=황정민(국제시장)
여우주연상=전지현(암살)
남우조연상=오달수(국제시장)
여우조연상=김해숙(사도)
신인남우상=이민호(강남 1970)
신인여우상=이유영(봄)
신인감독상=백종열(뷰티인사이드)
시나리오상=박수진(국제시장)
촬영상=최영환(국제시장)
조명상=김민재(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편집상=이진(국제시장)
음악상=김준성(더 테너 리리코 스핀코)
미술상=채경선(상의원)
녹음상=이승철/한명환(국제시장)
의상상=조상경(상의원)
첨단기술특별상=한태정/손승현/김대준/김정수/akirakai(국제시장/CG)
한편, 대종상영화제는 수상 후보자들의 잇따른 불참에 엉망진창 빛이 바래버렸다. 20일 관련업계와 영화계 등에 따르면 남우주연상 후보 황정민 하정우 손현주 유아인과 여우주연상 후보 김윤진 전지현 김혜수 엄정화 한효주 그리고 100% 유·무료 투표로 사전 결정된 남녀 인기상 수상자 김수현과 공효진 모두 대종상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각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해외 일정, 드라마 촬영, 출산 준비, 개인 스케줄 등 다양한 피상적 불참이유를 꼽았다. 남자 신인상 후보 여진구와 여자 신인상 후보 설현도 불참했다.
여진구의 소속사 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여진구가 일정 문제로 대종상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이미 지난달 말 영화제 측에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여진구는 영화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해 신인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스크린 데뷔작 ‘강남 1970’으로 여자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설현도 참석하지 않았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설현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촬영 일정 때문에 대종상 영화제에는 불참하기로 했다. 첫 주연을 맡은 만큼 현재 이 작품에 모든 스케줄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배우들이 영화제를 향해 보이콧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종상영화제의 대리수상 폐지선언이 있다. 대종상 측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상식에 출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대종상 측은 수차례 영화제 관련 보도자료를 보내면서도 대리 수상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후 확정하는 대로 공지할 계획”이라고 매번 대답을 피했다. 결국 시상식이 열리는 당일까지도 묵묵부답한 채 영화제를 밀어붙이기에 이르렀다.
50년 역사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였으며 그야말로 'X물'을 뒤집어 쓴 52회 대종상영화제였다. 알맹이는 전혀 없었다. 빈껍데기도 이토록 너덜너덜한 빈껍데기가 없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 안 준다. 상을 주겠다는데 안와? 그럼 더 안 줘"라는 '갑' 마인드는 한국 영화를 빛낸 배우들의 불참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대리수상을 지양하겠다던 대종상영화제는 '대리수상영화제'로 전락, 권위와 신뢰를 모두 잃어버렸다.
후보에 올랐다고 해서 모든 배우가 '아이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물론 주는 상을 거부할 배우도 없겠지만 대종상영화제는 52회 시상식을 준비하며 수 많은 잡음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배우들은 약속이나 한 듯 시상식에 불참, '무언의 보이콧'을 선언했고 5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종상은 눈물을 머금게 됐다. 이쯤되면 문제의 원인을 직시하고 각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이 과정에서 대종상 측의 섭외력도 문제가 됐다. 한 관계자는 "시상식이 겉보기에는 하루 몇 시간 잠깐 치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배우들은 그 자리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 준비 과정을 필요로 한다"며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참석 제의를 일주일 전에 통보 받았다. 도저히 참석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트로피가 주인공에게 직접 전달 된 부문보다 그렇지 못한 부문이 더 많았다. 이럴 바에는 '참석상', '출석상'을 주는 것이 '구색 맞추기에는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반응까지 쏟아지고 있다. 정작 시상식에 참석한 후보들은 말도 안 되는 시상식을 구경만 하다 빈 손으로 돌아갔고, 참석하지 않은 배우들은 대리수상으로 빛을 바랬기 때문이다.
한 두 명이 받은 대리수상이 아니었다. 신인감독상은 '뷰티인사이드' 백종열 감독에게 돌아갔지만 수상은 경쟁작 '스물'의 이병헌 감독이 대리수상하는 촌극을 빚었다. 또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까지 '영화제의 꽃'이라 설명되는 주요부문까지 100% 대리수상이었다.
이병헌 감독은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 대리수상을 시켰다"는 일침을 날리고, 남우주연상을 수상자 황정민을 대신해 한솥밥을 먹고 있는 후배 강하늘이 무대에 올라 남우주연상의 무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대리수상의 묘미(?)를 살짝 엿보이게 했지만 욕을 먹어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배우보다 바쁜 스태프들까지 현장을 찾지 않으면서 미술상, 의상상, 촬영상, 시나리오상 역시 대리수상자에게 트로피가 건네졌다. 인기상과 나눔화합상은 수상자는 물론 상을 대신 받을 대리수상자도 없어 시상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기도 했다. "따로 잘 전달해 드리겠다"는 일명 '택배수상' 논란까지 키웠다.
대종상영화제 측은 참가상 논란을 불거지게 했던 기자회견에서 "1회부터 51회까지 대종상을 수상한 수상자들을 모두 섭외해 영화인들의 축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어떤 대책이나 준비없이 내뱉은 '실언'이었다. 물론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실패를 맛 본 것일 수도 있다. 문제는 대종상 측에 '불응'한 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폐지가 답이다. 대종상이 아니라 대충상, 대출상이다"는 말까지 듣게 된 대종상영화제가 과연 이 사태를 겪고도 존속할 수 있을지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엄원지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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