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총파업 도심시위, 급식중단 학생들, “오늘도 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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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팀 작성일17-06-30 16:35 조회2,308회 댓글0건본문
민주노총 총파업 도심시위, 급식중단 학생들, “오늘도 빵이야?”
금요일 도심이 시위로 뜨거웠다.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 철폐,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6·30 사회적 총파업' 대회가 30일 서울 도심에서 치러졌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북측광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주최 측 추산 약 5만명이 모인 가운데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대회에 대해 "민주노총 투쟁 역사에서 처음으로 비정규직이 앞장서고 주도하는 집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초·중·고 급식실 노동자, 대학과 병원의 청소·경비 노동자, 건설 타워크레인 노동자 등 비정규직이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주축을 이뤘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대부분 참가하지 않았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미리 공개한 대회사에서 "오늘은 무시와 차별, 유령취급을 받아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며 "오늘 사회적 총파업은 '비정규직 총파업'"이라고 강조했다. 총파업대회에 참가하는 각 조직은 앞서 이날 정오부터 서울 도심에서 각기 사전집회를 열었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를 주축으로 29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는 오후 1시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최측 추산 약 2만명 규모의 사전집회를 열었다.
이미선 학비노조 서울지부 동대문지회장은 집회 현장에서 "학교와 언론은 이번 파업에 대해 내 이익 찾자고 아이들 밥 안 해줄 수 없다고 우리를 비난했다"며 "우리는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일이 밥 해먹이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자녀인 대구초교 5학년 이모 양은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 우리 엄마와 함께 싸워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며 "우리 엄마가 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전국 국·공립 초중고 1만1천304개교 가운데 3천704곳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했으며, 전체의 17.0%인 1천927개교의 급식이 중단됐다.
병원 청소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정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김진경 의료연대본부 비상대책위원장은 "바뀐 대통령은 우리에게 기다려달라고 하지만 이미 17년 이상을 기다린 우리는 더 기다릴 수 없다"며 "대통령을 바꾼 만큼 현장도 바꿀 수 있다"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소주 한잔 합시다'라는 제목으로 집회를 열었고, 알바노조·청년전태일 등 청년단체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있는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450여명도 이날 하루 개별적으로 연차를 내고 총파업 행사에 참가했다. 경찰은 병력 75개 중대 6천명을 동원했지만 진압이나 차단보다는 행진 시 교통소통 등에 중점을 둬 집회를 관리할 계획이다.
파업으로 급식중단된 학생들 “오늘도 빵이야?”
한편,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총파업으로 일부 학교가 이틀째 급식 대신 빵과 우유로 점심을 대체했다. 학생 일부는 부실한 대체 식단에 자발적으로 도시락을 싸오기도 했으며, 학생들의 입맛을 고려해 빵 대신 김밥이나 주먹밥을 준비한 학교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수원 A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안모(47)씨는 이날 딸에게 방울토마토를 넣은 간식 도시락을 따로 챙겨줬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전날 학교에서 빵과 떡, 과일이 점심으로 나왔는데 집에 돌아온 딸이 "배가 고팠다"고 해 그냥 학교에 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당수 학교가 급식 대체식으로 빵이나 떡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름철 식중독 위험이 비교적 낮고 완제품을 대량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영양적으로나 기호도면에선 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틀 연속으로 점심을 빵으로 때워야 하자 자발적으로 도시락을 준비해오는 모습도 보였다. 조리종사자 4명 중 3명이 파업에 동참해 이틀째 빵과 과일 등으로 점심을 마련한 수원 B중학교 영양교사는 "파업 첫날인 어제는 도시락을 가져온 학생들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교실당 5∼6명씩 도시락을 싸왔다"며 "배가 차지 않거나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입맛을 고려해 빵이나 떡 대신 다른 음식을 준비하는 학교들도 있었다. 조리종사원 3명 중 2명이 파업에 참여한 충남 진산초는 학생 80여명에게 치즈와 야채 등을 넣은 주먹밥을 점심으로 제공했다. 전날 학생들에게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줬지만, 이날은 "학생 급식을 빵과 우유로 대체할 수 없다"는 급식실 측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학생들에게 개인 도시락을 가져오도록 사전 안내한 대구지역 일부 학교는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김밥 등을 준비해 제공하기도 했다. 조합원들의 파업참여 여부를 직전에서야 알게 된 학교와 학부모들은 대책을 세우느라 허둥대기도 했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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