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어찌할 것인가? 사회적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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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팀 작성일17-11-28 06:37 조회1,940회 댓글0건본문
낙태죄, 어찌할 것인가? 사회적 의견 분분
낙태죄가 사회적 논란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낙태죄 폐지 여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 같은 기구를 만들어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그 결과에 따라 정부·여당의 입장을 정하는 방식이다. 정부·여당이 낙태죄 폐지 문제에 대한 공론화 추진 움직임을 보이면서 27일 사회 각계에서 논란·논의가 이어졌다. 조국 수석이 전날 이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왜곡된 인용"이라며 항의했다. 정재우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 달부터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명 서명 운동에 들어가겠다"고도 했다.
정재우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이에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에서는 주교회의가 청와대에 '공개 항의'를 한 것에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조 수석 발언은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이 아니라, 낙태 여성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데 더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계속됐다. 우원식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공론화위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정현백 장관에게 "(전날 청와대 발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여성가족비서관실, 국민소통수석실이 현안과 쟁점을 검토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에 정 장관은 "현황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문제를 피해가지 않고 전향적으로 다루겠다는 점은 다행"이라며 "사회적 논의를 넘어 낙태죄 비범죄화에 대한 국가의 구체적 책임과 대안을 기대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도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생명 중시라는 대원칙에선 어떤 의사도 임신중절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수십만 건씩 낙태가 벌어지는 상황인 만큼 이번 기회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회원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이가 심해 통일된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며 "여론 수렴 절차를 통해 정부가 내놓는 결정을 따르자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한쪽으로 입장을 정하기 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진보 여성 단체들은 낙태죄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27일 "낙태죄가 수많은 여성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들에게 안전하고 완전한 피임법과 의료 시설, 인공 임신중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성단체협의회는 이날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낙태죄 폐지 여부에 대한 입장이 갈린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낙태하려고 병원을 찾는 여성 상당수는 불륜 문제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임신을 유지할 형편이 안 된다"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낙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톨릭의대 생명대학원 구인회 교수는 "생명은 상황에 좌우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며 "낙태를 하게 만드는 사회적 요인을 개선하는 게 중요하지 낙태죄 자체를 폐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낙태죄를 폐지하진 않더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동석 회장은 "현행 낙태죄는 여성과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1973년부터 이어져 오면서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현행법을 현실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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