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위작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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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팀 작성일17-12-27 22:15 조회2,585회 댓글0건본문
미술계, ‘위작죄’ 주목
"틀림없는 내 그림"이라는 화가의 주장과 달리 1년후인 지난 8월 이우환 작품 위작범과 화상은 중형을 피할수 없었다. 위작을 그려 팔아넘긴 화상은 징역 7년, 위작을 진품처럼 그린 위작범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화상등 컬렉터들을 속여 판 작품값은 총 52억원어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 등을 모사한 총 9점이었다. 위조한 작품을 팔아넘긴 이들의 죄목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범상 사기죄였다. 하지만 앞으로 위작범은 '위작죄'로 처벌된다. 기존에는 형법상 사기죄, 장물죄, 사서명위조죄등이 적용됐었다. 정부가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하면서 위작에 대한 제재는 강력해질 전망이다.
이우환
'위작죄'가 적용되면 위작 미술품을 제작·유통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상습범에게는 최고 10년형 또는 1억5천만 원 벌금의 중벌이 가해진다. 또 계약서나 미술품 보증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발급한 자 또는 허위 감정서를 발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기존 사기죄(10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보다 징역형은 낮지만 벌금을 더 높였다. 상습범은 3배까지 중벌해 사기죄보다 더 높은 처벌이 될 수 있다. 양벌 규정도 적용된다. 법인의 대표자나 고용인이 위반행위를 한 경우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 벌금형 양벌이 가능하다.
사기죄에서 위작죄 신설은 개인에서 공공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위작을 사유재산으로 놓고 사기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처벌했다면, 새 법안은 사회 신뢰와 공공질서에 위해를 가한 것의 처벌이라는 점에서의 의미가 있다. 위작문제는 미술시장 존폐에 관한 문제다. 이런 차원에서 시장 자율에 맡겼던 정부가 칼을 빼든건 당연한 이치다. 위작은 화가 개인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 결국 국격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우환 위작 논란'이 뜨거웠던 것은 그의 작품이 내수용이 아닌 해외용이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2007년부터 급부상한 '이우환 그림'은 삼성의 후원을 받아 2014년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개인전을 열 만큼 세계 미술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K-아트'의 선봉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존재감을 과시했었다. 위작논란으로 박수근·이중섭 그림이 사그라든 것과는 차이가 크다. 위작 논란에도 이우환 그림은 작품값이 떨어지지 않았고 경매시장에서도 낙찰총액이 급상승했다. 위작시비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2015년에는 한 해 낙찰총액이 117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매년 평균 80% 이상의 낙찰률을 보이며 올해도 이우환 작품은 강세다.
다만 위작이 나왔던 선과 점으로부터 시리즈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바람 시리즈'가 고가 낙찰을 기록하고 있다. 선들이 휘몰아치는 '바람'은 따라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바람 시리즈'는 국내 양대 경매사 12월 경매에서 2배이상 낙찰되며 눈길을 끌었다. 현재까지 이우환 작가 최고가는 2012년 홍콩 경매에서 기록된 1977년 작 '점'으로 21억3000만원이다. '위작 논란'만 불거지지 않았어도 '김환기 독주'를 막을 '블루칩 작품'이었다.
실제로 이우환 화백이 "틀림없는 내 작품'이라며 위작 논란에서도 그가 외친 것은 "국제적으로도 작품거래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항변이었다. 백남준 이후 세계적인 작가로 등극한 이우환 화백에게 떠들썩한 위작 사건은 그야말로 '나라 망신'이라는 자괴감이었다. 위작 사건이 터지면 불신의 벽은 높아진다. '믿을수 없다'는 불안감은 '큰 손'들을 해외로 뺏기는 꼴이 된다.
국내미술시장 규모는 3963억원(2016년)이다. 지난 11월 15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00만달러(약 4900억원)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 한점값도 안되는 수치다. 이런 가운데 관세청에 따르면 기업이 해외에서 사들인 미술품은 3700억원에 달한다. 2015년보다 81% 증가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7억2300만달러) 이후 최대다. 2016년부터 해외미술품이 증가한 것과 관련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위작 사태의 영향으로 컬렉터들이 국내 시장을 외면하고 해외미술품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술품은 최고의 사치품이다. '부자들의 놀이'라고 할 만큼 알고보면 '머니 게임'이다. 미술의 대중화가 됐다고 하지만 미술의 벽은 예술보다 높다. 올해 2월 화랑협회장이 된 이화익 회장은 "화랑이 돈세탁 창구로 여겨지는 이미지를 씻어낼 것”이라며 10여년간 이어온 화랑협회장 취임일성을 재생했다. 국내 미술문화수준이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림은 수백억이 넘는 돈을 주고 손에 넣었더라도 '일시적 점유'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소장품을 1만여점을 지역의 공공미술관에 기증한 유명 컬렉터 하정웅은 "미술품 기증은 다 함께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했다.
미술품은 결국 공공재이자 국격을 대변한다. 각국의 문화전쟁은 작품값에서 승부를 가른다. 서울옥션 이호재 회장은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건 나라의 격(格)이 올라가는 것이고 나라의 자존심, 국가 브랜드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화 정보화속에서 컬렉터들은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 화상의 꼼수, 진작같은 위작도 쉽게 통하지 않는 냉정한 시대다. 이번에 정부가 빼든 '위작죄' 시행이 자구책이 아니라, 국내 미술시장을 키울 수 있는 마지막 해법일 수도 있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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