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이 확산되는 썩은 종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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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팀 작성일18-02-26 06:04 조회2,225회 댓글0건본문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썩은 종교계
천주교 수원교구 신부의 신자 성폭행 시도가 폭로되면서 ‘미투’ 운동이 종교계도 확산될 조짐이다. 다른 사회분야와 달리, 사회 건전성의 바로미터가 되는 성스러워야할 종교계도 ‘미투’운동의 대상이라는 것은 시민사회에 충격이다. 종교계에선 “그동안 종교 특수성에 따라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쉬쉬해온 게 사실”이라며 “미투 확산으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천주교는 당장 당혹감 속에 또 다른 폭로가 이어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천주교 관계자는 25일 “교황청 지침 등에 따라 성추문 관련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예방교육 등을 하는 중 일이 터졌다”며 “제도적 정비 등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수원교구는 이날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 명의로 사죄했다. 또 해당 신부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나오는 만큼 추후 사제직을 박탈하는 ‘면직’ 같은 처벌 강화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교는 ‘수원 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통해 “그동안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성폭력 등) 그릇된 행위는 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이번 일을 거울로 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잡아 나가겠다”며 “올바른 사제상을 재정립하고 사제단의 쇄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내부적으로 성폭력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개신교, 불교계도 긴장한 모습이다. 개신교의 경우 교회개혁운동을 이끌고 있는 ‘교회개혁실천연대’에 피해 제보가 늘어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이에 따라 다음달 2일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경험담을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미투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며 “앞으로 더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오는 7월 ‘기독교 반(反)성폭력센터’ 개소를 준비 중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향후 사례집 발간 등 교회 내 성폭력 문제 개선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불교계도 ‘성평등불교연대’ 등 연합단체나 재가불자모임 등을 중심으로 교계 내 미투운동 확산 방안 등을 통한 교단 자정노력을 검토 중이다. 성평등불교연대 김영란 공동대표(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는 “3월 말쯤 불교계 성폭력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개신교, 천주교 관련 전문가들도 참석하는 대규모 토론회 개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종교계 성폭력 실태는 어떠한가?
지난 23일 신부의 성폭행 시도가 폭로된 이후 천주교, 개신교, 불교 내외부 관계자들은 “다른 분야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오히려 종교계가 더 심하다”는 공통적인 반응이다. 이들은 “종교계의 대표적 적폐가 바로 성폭력 문제일 만큼 심각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경찰청이 2016년 12월 내놓은 통계에서도 성직자들의 성폭력 문제 심각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2010~2016년 전문직군별 성폭력 범죄 검거인원 수’를 보면, 전체 5261명 가운데 종교인이 681명으로 가장 많다. 종교인들이 의사(620명), 예술인(406명), 교수(182명)보다 많은 것이다. 조사 기간 동안 성직자들의 성범죄는 연평균 442건이나 발생했다.
성직자의 권위가 절대적이고 종교 내 의사구조가 폐쇄적인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일어나는 성폭력은 공식 통계보다 “적어도 2~3배” “많게는 10배 이상일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미 각 종교계 내에서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단체나 모임 등이 활동하는 점도 종교계 성폭력이 얼마나 만연됐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천주교는 이번 수원교구 폭로 이전에도 이미 사제들의 성범죄 논란이 이어져왔다. 천주교 관계자는 “원주교구의 한 신부는 여신자에 대한 수년간에 이르는 성폭력 행위 등으로 정직됐다”며 “천주교는 신부에 대한 인사발령을 낼 때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아 성폭력 문제와 관련된 일이 묻히기 쉽다”고 밝혔다.
개신교는 불교, 천주교보다 더 심각해 이미 사회적 이슈가 됐을 정도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미투운동이 확산되면서 피해자 제보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 중에는 집사나 권사 등 직분 여성들은 물론 미성년자도 있다. 가해자들은 유명 담임목사부터 부목사, 전도사, 장로에 까지 이른다. 최근 충북 청주의 한 목사는 여신자들을 강제추행하는 등 잇단 범죄행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조계종에서는 스님들의 여성 종무원 성추행·성폭행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일었다. 2016년에는 선학원을 이끄는 유명 스님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불교계 관계자는 “경찰이 피해자의 신고 로 실제 조사한 스님들의 성폭력 문제만 하더라도 예상을 깬다”며 “여신자, 여성 종무원들에 대한 스님들의 행태가 개선될 조짐이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성평등불교연대 출범 당시 김영란 공동대표는 “드러난 사건들도 심각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이 많아 성평등불교연대를 결성케 됐다”고 밝혔다.
성직자들은 교계 내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다. 신부나 목사는 하느님(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도이며, 스님은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구도자다. 설교, 강론, 법문 등 성직자들의 발언은 곧 하느님(하나님), 부처님의 말씀이다. 절대적 권위는 신자들의 무조건적 순종을 요구하며 전제적인 힘, 강력한 위계를 낳는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기독교의 경우 성직자들의 절대적 권위와 강력한 위계구조, 가부장적 문화까지 겹치면서 성폭력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며 “이런 문화 속에서 실제 사례가 드러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절대적 권위와 위계는 또 종교적 특성을 내세워 교회와 성당, 사찰 내 비민주적 운영 행태로 이어진다. 이는 조직적 은폐를 가능케 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천주교 관계자는 “천주교 신자가 비록 7년 만이긴 하지만, 비민주적 상황 속에서 폭로한 것만도 대단한 일”이라며 “폐쇄적 문화 속에 조직적인 은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언론도 종교 특수성을 핑계 삼아 적극적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교계 내 제도적 장치의 미비, 만연한 성차별 문화도 성직자의 성폭력 문제 악순환을 부른다는 분석이다. 김애희 사무국장은 “각 종교계에 제대로 된 교육프로그램, 이 문제를 다룰 기구 등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2016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개최한 ‘늘어나는 종교인의 성폭력 범죄, 어떻게 할 것인가’란 토론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염 부회장은 “종교 지도자들의 잘못된 권위, 종교 내 성차별 문화가 성폭력 주요 원인”이라며 “남성중심 가부장적으로 해석되고 가르쳐 온 성경을 평등의 시각에서 읽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신부와 수녀, 남성 목사와 여성 목사, 비구와 비구니를 둘러싼 종교계의 성차별적 문화는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온 문제이다.
전문가들, “대책,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성직자의 성범죄는 세속 성범죄와 다르다. ‘영혼의 아버지’ ‘정신적 스승’이 자식에게 저지르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정신적·육체적 상처뿐 아니라 신앙적으로도 혼란을 겪는다. 따라서 한국 종교계는 성직자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정밀하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실태에 대한 인식, 문제의 심각성·시급성을 깨닫고 종교별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성에 맞게 법적 근거를 두고 인력과 예산을 배분해 힘을 발휘하는 관련 기구의 구성이다.
이 기구는 기초적인 예방 교육부터 철저한 조사, 강력한 처벌까지 매듭지을 수 있어야 한다. 김영란 공동대표는 “불교의 경우 종단 내에 성폭력 문제와 성평등 의식 확립 등을 위한 젠더위원회 등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애희 사무국장도 “형식적인 기구나 제도 만이 아니라 예방교육, 처벌 강화 등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제 성직자에 대한 처벌 강화, 신자들이 보다 민주적으로 문제를 드러낼 수 있는 구조 개선 등도 지적된다.
여기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지적하는 경우도 많다. 종교의 타락, 성직자들의 세속화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천주교 관계자는 “최근 인천교구의 유명 신부가 개인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각종 비리로 면직됐다”며 “성직자의 세속화에 대한 천주교 차원의 근본적 회개,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개신교의 경우 성장주의, 물질주의 매몰 등도 근원적인 문제로 꼽힌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불교의 경우 깨달음에 대한 왜곡된 신화, 욕망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이 이어져온 게 현실”이라며 “스님들의 수행문화 등 전반에 걸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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