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장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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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10-22 11:02 조회1,106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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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이산가족들은 전날보다 한층 차분한 모습으로 가족·친척들과 재회했다. 오전에는 2시간 동안 비공개로 호텔 방에서 개별 상봉을 했다. 이 자리에선 각자 준비한 선물들을 교환하며 혈육의 정을 나눴다. 북측 이흥종(88) 할아버지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60여 년 만에 만나는 딸 정숙(68)씨에게 불러 주는 노래였다. 정숙씨는 “이번에 돌아가면 아버지 목소리를 기억 못한다”며 남측 방송 카메라 마이크를 아버지에게 댔다.
아버지는 딸을 위해 애창곡 ‘애수의 소야곡’ ‘꿈꾸는 백마강’을 불렀다. 꿈꾸는 백마강은 충남 예산이 고향인 이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즐겨 불렀던 노래다. 아버지는 그렇게 딸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애창곡 3곡을 10분간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아버지와 노래를 듣는 딸 모두 눈물을 흘렸다. 정숙씨가 노래를 따라 부르자 아버지는 "어떻게 이 노래를 아냐”고 묻자 정숙씨는 "아버지가 부른 노래는 다 알아”라고 대답했다.
북측 이한식(84) 할아버지는 남측 막내 동생 종인(55)씨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종인씨가 “형님이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게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는 40분 동안 경북 예천 옛 고향집을 종이에 담았다. 초가집 마루의 무늬·댓돌·담벼락까지 세밀하게 묘사했다. 완성된 그림을 본 남측 사촌 동생 이천식(76)씨가 “예전에 살던 집이랑 똑같네”라고 경탄했다.
이 할아버지는 완성된 그림에 ‘상봉의 뜻깊은 시각에 그린 이 그림을 종인 동생에게 선물한다’고 적었다. 그림을 받아 든 종인씨는 “제가 형님을 또 언제 볼지 모르지만 이 그림을 보면서 형님 생각할게요. 잘 간수할게요, 형님”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할아버지는 안동에서 중학교 교사 시험 합격 발표를 보고 집에 오는 길에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이 할아버지의 합격통지서는 의용군으로 끌려간 지 10일 후 집에 도착했다.
65년 만에 다시 만난 ‘신혼부부’ 오인세(83) 할아버지와 이순규(85) 할머니에게선 다정함이 묻어 나왔다. 이 할머니 부부는 결혼 6개월 만에 전쟁 통에 헤어졌다. 오찬장에서 만난 부부는 손부터 맞잡았다. 이 할머니는 남편의 무릎에 냅킨을 얹어 줬다. 이 할머니는 남편의 술잔을 채워 주며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오 할아버지는 이 할머니에게 65년 만에 수줍게 “사랑해”라고 사랑을 고백했다. 이 할머니는 “‘사랑해’라는 말이 얼마나 넓은 말인지 알아요?”라고 되물었다. 오 할아버지는 “처녀, 총각이 만나서 좋아서 생사고락 함께하는 게 사랑”이라고 답했다.
아들 정균(65)씨는 “두 분이 100세까지 사시고 한날 한시에 돌아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북측 안내원에게 이끌려 상봉장을 떠나는 남편의 뒷모습을 선 채로 계속 지켜봤다. 할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2일 오전 2시간 동안의 작별 상봉을 한 후 헤어지게 된다. 60여 년을 기다려 2박3일 동안 6차례, 12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어머니 임리규(85)씨와 함께 남측의 삼촌을 만난 조철민(49)씨는 상봉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너무 기쁩니다. 꿈같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꿈같이 헤어지겠죠.”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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