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경영갑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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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11-07 11:07 조회1,138회 댓글0건본문
재벌 경영갑질 여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6일 공개한 국내 20대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평가결과를 보면 많은 그룹들이 일감 몰아주기나 총수 일가의 미등기 임원 선임, 경영성과에 역행하는 경영자 보수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지배구조 시스템을 형식적으로 충족한 기업들도 조금만 파고들어 가면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일부 그룹들은 주주총회나 이사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거나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등의 문제점도 나타났다.
한진, 효성, 동부는 지배구조 평가 개별 부문에서 각각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진은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 금액이 크고 배당수익률도 낮은 점, 재무제표 승인 및 이익배당에 관한 사항을 계열사 대부분이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케 한 것 등이 부정적 평가를 받아 주주권리보호 부문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와 감사기구 부문에서는 효성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계열사인 IB월드와이드는 지난해 이사회를 단 2회 개최했다. 기업의 연평균 이사회 개최 횟수는 12.4회다. 동부는 공시 부문에서 점수가 가장 낮았다. 기업 홈페이지에 지배구조 관련 공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데다 정정공시와 조회공시가 많은 점이 지적됐다.
지배구조원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평가하며 점수와 함께 등급도 매기는데 올해 벌어진 지배구조 이슈는 평가기간(2014년) 내의 사안이 아닌 만큼 감점은 없지만 등급에 영향을 준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때문에 전 계열사의 지배구조 등급이 한 단계씩 강등됐다. 두산중공업은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사학비리가 문제가 돼 한 단계 강등됐다. 삼성물산은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올해 등급 하락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내년 평가 때 감점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배구조원은 밝혔다.
기업지배구조원이 지배구조 관련 정책이나 제도, 시스템 등에 대한 평가를 넘어 일감 몰아주기나 지배주주 일가의 미등기 임원 선임 등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현실화된 부분을 ‘심화 평가’ 항목으로 별도 평가한 결과 기본 평가에서 1위였던 두산그룹도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두산그룹은 심화 평가 부문에서 현대, 현대자동차, 금호아시아나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감점을 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두산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거래가 많고,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등 총수 일가가 두산중공업의 미등기 이사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주)두산도 총수 일가가 전부 미등기 임원으로 있고, 출석률이 낮거나 장기 연임하는 사외이사를 주주총회에서 큰 설명 없이 선임한 사례도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 매입과 관련해 정몽구 회장이 배임 혐의로 피소된 점, 실적이 안 좋은 데도 경영자보수를 16% 올린 점 등이 감점 요인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현대차 주주로부터 한국전력 부지를 시세보다 높은 약 10조원에 매입해 현대차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피소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감점 요소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은 현재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계열 분리된 상태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출석률이 낮거나 장기 연임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설명이 부족했던 점, 대표이사의 잦은 교체가 지적됐다.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기업 실적이 부진한데도 현정은 회장의 보수가 높게 책정된 것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에 현대상선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사업과 무관한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맺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며 718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것도 감점 대상이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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