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폭력배 반은 테러범, IS의 실체
페이지 정보
권병찬 작성일15-12-21 18:15 조회1,106회 댓글0건본문
반은 폭력배 반은 테러범, IS의 실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테러범과 폭력배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새로운 유형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IS는 유럽에서 길거리 불량배와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대원을 모집해 IS 지지자 군대를 육성하고 있고 이들이 스스로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거 다른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가 표면적으로는 독실한 이슬람 대원들과 부유한 외국 후원자에 의지했다면 IS는 범죄자들을 대원으로 모집하는 것이다. 일부 전과자들은 IS 대원이 된 이후 범죄자로서의 삶을 포기하기보다 그들의 재능을 이용해 IS 대원 모집 자금이나 국외 대원의 여행 자금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파리 테러의 총책으로 알려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도 16세에 가출한 이후 상습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급진적으로 변한 2013년 이후에도 절도 행각을 멈추지 않았다. 아바우드는 파리 테러를 계획하기 전 '산타클로스'라 불리는 칼리드 제르카니가 이끄는 급진주의적 범죄 조직과 교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벨기에 수사 당국은 이 불량배 집단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강도행각을 벌이고 가게 물건을 훔치는 방식으로 IS에 자금을 지원하고 충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벨기에 당국은 범죄 조직을 이끌고 IS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제르카니를 붙잡아 12년 형을 선고했다.
제르카니의 조직원이었던 유세프 보우아마르는 수사 당국에 "제르카니가 IS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기차역에서 승객들의 짐을 훔쳐오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파리 테러범인 살라 압데슬람 역시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운영하던 카페가 강제 폐쇄되기도 했다. IS와 범죄 세계와의 유착은 과거 국제 테러 조직에서 보지 못한 것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이슬람에서는 절도를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IS는 절도가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목표로 하고 전략적인 목적을 위해 행해진다고 말하며 범죄를 합리화하고 있다. 또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의 교도소가 IS 급진주의자들의 토양이 돼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IS 대원을 지지하고자 교회, 학교, 사업체 등에서 강도를 벌인 혐의로 남성 8명을 붙잡아 최근 재판을 진행했다.
이라크, 시리아에는 부패한 IS 유령부대 주둔
이와 더불어 IS는 뿌리깊은 부패로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 지휘관으로 있다가 1년여 전에 탈출한 오마르(가명)는 이라크와 시리아 전선에서 최근 IS의 '유령 군대'(ghost armies)가 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령군대는 임금만 받는 실체없는 전사를 뜻한다. 이라크 정부도 1년 전에 유령부대가 5만명에 이른다며 이라크군 내부의 부패를 고발한 적이 있다. 오마르는 "IS에 250명분의 임금을 요구한 최전방 지휘관의 실제 병사는 150명밖에 없었다"며 "IS가 문제를 파악하고 임금을 전달하기 위해 재정담당자를 보냈지만 이들 역시 한통속이 됐다"고 말했다.
탈출한 IS 전사와 관리들은 IS가 자신들이 쫓아낸 이라크와 시리아의 세속정부를 부인하지만 IS의 관리들은 이들 세속정부의 관료주의와 부패를 흉내낸다고 꼬집었다. IS가 점령지의 책임을 맡긴 관리들은 농업행정부터 식량 보조금에 이르기까지 시리아와 이라크의 집권당이 쓴 것과 똑같은 정책과 비효율적인 관료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IS는 현지에서 후원을 통해 충성을 증명한 기관만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IS는 세를 불릴 수록 그들이 주장하는 급진적인 이데올로기보다 금전적 보상을 더 중시하는 전사와 관리들에게 더 의존하게 됐다. 심지어 시리아의 IS 점령지역 관리들의 일부는 IS가 적대시하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봉사한 이들이다. 시리아 동부 마야딘에서 병원 약사로 일하는 아부 라시드(가명)는 IS가 아사드 정권에서 해고된 의료 당당 관리를 중용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시리아 정부에서 횡령 혐의로 해고됐는데 IS 아래에서도 이전과 똑같은 수법으로 부정을 저질렀다. 허위로 약품 주문을 내 돈을 받은 뒤 조제실을 불태워 증거를 없애는 수법이다.
서방 정보당국 관리들은 IS가 부패하고 관료주의적인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지만 이라크나 시리아의 기존 정권보다는 부패가 덜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IS의 점령지 주민들이 IS를 용인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서방의 한 정보당국 관리는 "IS가 이라크 모술을 점령하기 전에 부패가 더 횡행했던 게 현실"이라며 "IS는 부패를 더 가혹하게 처벌한다"고 말했다. 라시드는 그러나 IS의 처벌이 그렇게 가혹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사드 정권 출신 의료 담당 관리에 대한 처벌은 머리카락과 수염을 잘라 모욕을 준 게 전부였다. IS는 이슬람 율법(샤리아) 교육을 명령하기도 했지만 샤리아에 따르면 부패 관리의 손목을 잘랐어야 했다고 라시드는 지적했다.
IS 통치 아래 살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주민들은 부패가 만연하면서 IS의 취약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IS 점령지에서는 주민들의 탈출이 급증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검문소의 IS 군인들을 매수해 전선의 허점을 늘리고 있다. IS와 손을 잡았던 시리아의 한 반군 사령관은 자신이 관할하던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에서 아부 파티마 알투니시라는 이름의 한족장이 IS의 세금(자카트) 2만5000달러를 가지고 터키로 탈출했다고 전했다.
권병찬 기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