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 손놓은 정부,-'여름철 전기료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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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작성일16-07-19 15:14 조회875회 댓글0건본문
누진제 개편 손놓은 정부,-'여름철 전기료 폭탄'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는 8170만㎾ 수준으로 여름철 최대전력으로는 처음으로 8000만㎾를 돌파할 전망이다. 기본적인 전력수요가 증가하는 데다가 8월 기온도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이미 올여름 일 기준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11일 7820만㎾로 종전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전력예비율은 2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인 9.3%(예비력 728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여름철 무더위가 예상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 우려가 나오고 있다.
누진제란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을 높이는 제도다. 지난 1974년 제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2차 석유파동때인 1979년 12단계로 나눠 최대와 최저의 차이가 최대 19.7배에 이르렀다가 2004년 이후 현행 6단계(최대 11.7배 차이)로 정해졌다. 현행 전기 요금은 전기를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차등 적용되는데, 유독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돼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일례로 월 100㎾h보다 적게 쓸 때는 ㎾h당 요금 60.7원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에어컨 등을 사용해 500㎾h 이상 쓰면 ㎾h당 요금이 709.5원으로 최대 11.7배 급증한다.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평균 전기요금(350㎾h)은 5만5330원인데, 전기사용량이 1.6배(550㎾h) 늘면 전기료는 17만7020원으로 3.2배 증가한다. 반면, 산업용 전기료는 ㎾h당 107원으로 사용량에 관계없이 단일 요금을 적용 받는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은 110%로 추정된다. 반면 산업용 전기는 95% 수준으로 원가를 밑돈다. 매년 혹서기-혹한기마다 국민이 산업계에 돈을 투입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전기요금을 흔히 ‘전기세(稅)’라고 잘못 부르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완화도 없다는 입장이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여름 전력수요가 8000만kW를 넘길 것으로 보여 대규모 정전(블랙아웃) 등에 대비해야 한다”며 “누진제 완화를 포함한 전기요금 조정 방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7~9월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3개월간 전기요금 경감 특례를 한시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글로벌 저유가로 인한 비용 절감분을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에 반영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다.
올해 상황도 별다르진 않다. 누진제 완화를 직접 시행하는 한국전력은 대규모 흑자를 냈고, 글로벌 저유가 기조도 개선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전의 서울 삼성동 옛사옥 매각으로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특별이익이 있었지만, 올해 상황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한전 관계자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전기요금 조정은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에너지신산업 육성이 국정과제로 부상한 점도 있다. 정부는 한전의 이익을 에너지신산업 투자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한전의 이익과 정부 정책기조에 따라 애꿎게 호주머니를 털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합리성은 정부가 잘 알고 있다. 정부는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올해 들어 개편 작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뗐다. 지난해 9월 윤상직 당시 산업부 장관(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국회 산업위 국정감사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백 번 공감한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6단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름철 가계마다 전기료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국가의 누진제 최저∼최고 구간 격차를 보면 일본 1.4배(3단계), 미국 1.1배(2단계), 중국은 1.5배(3단계)로 우리나라 11.7배(6단계)와의 차이가 크다.
그는 “누진세 개편은 과거 부자감세라는 논란이 제기돼 정부가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웠다”며 “정부가 누진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앞서 지난 2014년 산업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질하기 위한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외부용역을 진행하는 등 검토작업도 벌였다. 또 1∼2인 가구의 증가 추세 등 주거환경 변화도 누진제 개편에 반영해야 한다며 개선을 검토하고, 보완책으로 취약계층의 전기료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요금을 깎아주는 방안까지 살폈었다. 그러나 당정협의 과정에서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접었다.
한전도 지난 2012년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단계를 축소하고, 단계별 요금 차이도 줄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추진하다가 접었다. 6단계의 누진제를 3단계로 축소해 현재 11.7배인 차이를 3배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후 산업부와 한전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누진제 개편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윤 장관이 국회에서 공청회를 여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개선하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누진제 부담은 전력사용이 많은 상위계층의 요금을 깎아주면 하위계층의 부담이 증가하는 형태라는 시각이 있으며,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부자감세’가 아니냐고 보고 있다”며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적 접근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권말에 접어든 정부가 추진동력을 상실한 관계로 내년 대선정국이 지나서야 누진제 개편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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