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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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팀 작성일16-07-23 13:02 조회1,954회 댓글0건본문
21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州) 클리블랜드 농구 경기장 '퀴큰론스 아레나'에 모인 3만여명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도널드 트럼프’를 외쳤다. 도널드 트럼프도 말을 잇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듯한 감정을 참아내려 애썼다. 1분 이상 쏟아지는 환호와 함성에 고개를 끄덕이고 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호응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지지자들은 맏딸 이방카의 소개로 무대에 등장한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기립 박수로 맞았다. "USA" 구호가 넘쳐나면서 나흘간의 전당대회는 피날레로 달려가고 있었다.
트럼프는 평소와 달리 차분하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시작했다. 준비한 원고대로 차분하게 절제된 톤으로 지지자들에게 다가갔다. 경선 때 돌발 연설로 구설에 오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대통령(Presidential) 다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분석이다. 긴장한 듯하던 트럼프는 후반부로 접어들자 "나를 믿어라" "절대로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처럼 자신이 잘 쓰는 문구를 즉석에서 집어넣어 청중을 사로잡았다. 76분간 연설에서 119차례 박수가 쏟아졌다.
연설 초반 20분 정도에 걸쳐 치안 불안, 불법 이민, 경기 침체 같은 미국이 처한 각 분야 문제점을 지적한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비판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힐러리에게 미국의 외교정책을 책임지도록 결정하면서 이전보다 훨씬 덜 안전해졌고, 세계는 훨씬 더 불안정해졌다"며 "힐러리의 유산이 미국의 유산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메일 스캔들'을 끄집어내자 객석에서는 "힐러리를 감옥으로"라는 구호가 쏟아졌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11월 대선에서 힐러리를 무찌르고 대통령 선서를 하는 순간부터 미국은 올바른 길을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자신을 "법과 질서의 후보자이자 약자의 옹호자"라며 "나는 여러분을 대변하는 목소리(I am your voice)"라고 했다. 그는 정치·경제·외교·안보·무역·치안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다시금 반석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인은 말만 하지만 나는 실천을 한다"며 "2017년이 되면 모든 것이 바뀌어 미국은 다시 한 번 1등을 할 것"이라고 했다. 불법 이민을 이야기할 때는 객석에서 "벽을 세워라(build the wall)"란 구호가 나왔고, 자유무역 대신 보호무역을 언급할 때는 "일자리, 일자리(jobs, jobs)"라며 호응하는 등 트럼프의 연설은 시간이 갈수록 반향이 커졌다.
특히 "힐러리의 이민자 사면은 여러분의 학교와 병원을 (불법 이민자로) 넘치게 하고 당신의 일자리와 임금을 줄이고 최근의 이민자들이 가난에서 탈피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단속을 언급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편 아버지 바로 앞에 마지막 찬조 연사로 등장한 장녀 이방카에 대해 의회 전문 매체인 '더 힐' 등은 "전당대회를 훔쳤다"는 평을 하면서 극찬했다. 여성·인종차별 같은 트럼프의 부정적 이미지를 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방카는 "정치인은 말만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평생 자신의 회사에서 실천했고, 아버지 회사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고 했다. 또 이방카는 "아버지의 업무 현장에는 언제나 다양한 배경과 인종의 사람들이 있다"며 "아버지에게 중요한 것은 능력과 노력 그리고 탁월함이며, 이는 트럼프 조직의 오랜 철학"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연설이 끝나자 무대는 가족의 차지가 됐다. 이번 전당대회 내내 트럼프 못지않게 찬조 연설로 성가를 높인 아내 멜라니아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방카 등 자녀 5명과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주지사 가족이 연단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순간 대회장 천장에서는 12만5000개의 크고 작은 풍선이 쏟아져 내렸다.
꿈과 희망, 미래 보다 미국의 위기에 대한 비판연설, 정책은 실종
그런데 한편, 이번 전대에서 공화당 주류 의원들의 대거 불참과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의 지지 거부, 매일 트럼프 가족이 등장한 지원 연설 등 160년이 넘는 공화당 역사에서 가장 기이한 전당대회로 남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수락 연설은 꿈과 희망 등 미래를 말하기보다는 미국의 위기와 분열만 부각한 ‘어둠의 연설’이었다. 나흘간의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정책토론은 실종됐다. 마지막 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격퇴 등을 얘기하면서 “위협”이라는 말을 7번, ‘법과 질서’라는 말은 4차례 사용했다.
트럼프가 최종적으로 후보 수락 연설에 나서자 객석에선 이번 전대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 대신 ‘힐러리 클린턴을 감옥에’(Lock her up)가 쇄도했다. CNN이 “전대에서는 보통 비전을 담은 구호가 인기가 있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이상하게도 클린턴에 대한 비난이 이를 대체했다”고 설명할 정도였다. 청중들은 전대 기간 내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이나 오바마 정부가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FTA)·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이 언급될 때마다 너 나 할 것 없이 ‘클린턴을 감옥에’를 외쳤다. 미 조지타운대 E J 디온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논평에서 “트럼프는 미국을 죽을 지경에 이를 정도로 겁을 주는 전략으로 승리를 얻고자 한다”고 분석했다. 정책대결보다는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선거였다.
트럼프의 이런 연설과 이에 대한 청중의 호응과 관련해 미 매체 보스턴글로브의 칼럼니스트 마이클 코언은 “내가 들었던 미국 정치인들의 연설 가운데 가장 암울하고 어둡고 파시스트적인 연설”이라고 말했다. 작가 스티븐 킹도 트위터에 “저건 전당대회가 아니라 폭력배(lynch mob)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반면 유명 보수 방송인 로라 잉그레이엄은 “트럼프가 공화당의 기반을 넓히고 있다”면서 “오바마 정부 아래서 고통을 받았던 ‘도심’(inner city)은 더이상 무시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아리 플레이셔도 “이 연설이 너무 어둡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미국인의 69%가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기억하라”며 “다수가 트럼프에 동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트럼프의 전체 지지율은 급격히 상승, 힐러리를 바짝 추격 드디어 간발의 차로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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