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미심쩍은 통화정책 한계봉착, 서민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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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작성일17-01-17 20:19 조회1,591회 댓글0건본문
약발 미심쩍은 통화정책 한계봉착, 서민들 한숨
주택대출 금리 연초부터 상승, 최고 연 5% 육박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신년부터 심상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대출 모두 상승했다. 17일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코픽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를 기준으로 평균 연 3.17%다. 이는 자동이체, 주거래계좌 등록 등 6~7개의 우대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저 금리다. 우대금리를 하나도 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평균 연 4.42%까지 대출이자가 치솟았다. 일부 은행은 연 4.6%까지 상승했다. 신용등급이 비교적 높고 우대금리를 전혀 받지 않는다면 이제 연 5% 가까운 대출이자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12월 신규 코픽스 금리가 시장에 반영된 17일부터 시중은행들은 모두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5~0.13%포인트(p) 올렸다. 신한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연 3.31%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연초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KB국민은행은 3.20%로 연초보다 0.13%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0.05%포인트씩 올렸다. 하나은행은 17일 기준 연 3.11%, 우리은행은 연 3.06%다. 고정금리인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의 4대 은행 평균 대출금리는 연 3.44~4.57%에 형성돼 있다.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혼합형 고정금리 상품의 대출이자가 가장 높다. 17일에 0.07%포인트씩 올려 대출금리는 연 3.48~4.78%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가장 크다. 신한은행(3.46~4.57%), 하나은행(3.46~4.54%), 우리은행(3.37~4.37%) 순으로 혼합형 금리가 높게 형성돼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코픽스 금리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채 등이 올랐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연속 상승했다.
시장금리 변동을 서서히 반영하는 잔액기준 코픽스는 작년 12월을 기준으로 5년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이달 들어 시장금리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시장금리가 다시 뛸 수 있다. 한 전문가는 "작년 말까지 시장금리가 급등했으나 최근에는 조정을 받는 중"이라며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시장금리가 움직여 국내 대출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국내 경기가 좋지 않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살리기'로 풀린 돈 100조는 어디에?
박근혜정권 출범 초 기준금리는 연 2.75%였다. 지금은 1.25% 정도다. 돈값이 그만큼 싸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여섯 차례 끌어내린 결과다. 인하의 명분은 ‘경기 살리기’다. 돈을 풀어 투자와 소비를 늘려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기 진작 효과는 어떤가? 일단 돈은 많이 풀렸다. 시중의 현금 총량인 화폐 발행 잔액은 100조원에 육박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화폐 발행 잔액은 작년 말 97조4000억원이었다. 역대 최대다. 작년 한 해 5만원권 발행량만 23조원으로 2009년 발행 이후 최대치였다.
광의의 통화(M2)는 2012년 말 1848조4000억원에서 작년 11월 2406조3955억원으로 30%(558조원)가량 늘었다. M2가 2400조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M2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상 협의통화)에다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금전신탁 등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된 돈을 더한 통화지표다. 문제는 풀린 돈의 향방이다. 풀리기만 했지 잘 돌지는 않았다. 예금회전율이나 통화승수는 역대 최저수준에 머물고 있다.
본원통화(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통화)가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통화승수(M2/본원통화)는 작년 11월 16.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화의 유통속도(국내총생산/M2)도 작년 3분기에 0.69까지 하락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예금회전율도 작년 11월 3.8회로 역대 최저수준이다. 예금회전율은 월간 예금지급액을 예금의 평균잔액으로 나눈 것이다.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가계나 기업이 은행에 맡긴 예금을 인출해 소비나 투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지표들은 금리인하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이 소비와 투자를 견인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돈이 안 돈다는 것은 돈을 풀어도 지출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그냥 갖고 있다는 뜻이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를 내려 돈을 푸는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진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한은 관계자도 “유동성 공급은 늘렸는데 경기회복세가 그에 따르지 못하면 통화 유통속도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췄어도 경제성장 활력은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성장률은 2014년 3.3%를 기록한 이후 2015년 2.6%, 2016년 2.7%(한은 전망치), 2017년 2.5%(〃)로 낮은 포복 중이다.
풀린 돈이 쏠리면서 주택시장은 재미를 봤다.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주택금융 규제를 완화하면서 “빚 내서 집사라”고 부추겼다. 그 결과 ‘가계부채 급증 → 주택 투자 → 주거비 급등’ 흐름이 수년간 지속됐다. 가계부채는 작년 말 1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700조원가량이 집에 잠겨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KB국민은행 주택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지수는 2012년 말 95.5에서 104.2로 9.1% 올랐다.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전세가격은 29% 뛰었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돈 풀어서 경기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으면 그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느냐”며 저금리 정책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가계빚으로 집값을 띄우려는 정책에 대해 “후손들의 미래소득을 빼앗는 짓”이라고 혹평했다. 약발이 미심쩍은 통화정책은 한계에 봉착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저금리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없고, 뒤따라 올리자니 가계부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딜레마다.
추적사건25시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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