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트럼프 통상압박과 중국사드보복 샌드위치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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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작성일17-03-03 21:11 조회1,476회 댓글0건본문
한국경제, 트럼프 통상압박과 중국사드보복 샌드위치 압력
3일 이른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리 조율된 모두발언을 언급하기 전에 “서로 안고 있는 고민을 나누었습니다.”라며 불쑥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와의 전날 회동 얘기를 꺼냈다. 예정에 없던 발언이었다, 두 인사는 올해 독일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을 맡은 걸 화제에 올렸지만, 그보다 더 큰 화두는 따로 있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통상 지도’가 급변할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점이다. 우리나라와 독일은 대미(對美) 무역흑자 폭이 유독 큰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이 총재는 “독일이 지금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많아 곤혹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 우리의 대미 경상수지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대인데 독일은 8%가 넘는다”면서 “그런 고민도 얘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정책당국 한 고위인사는 “당장 미국의 요구대로 (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을 3% 이하로) 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G20 회의에서도 강대국의 논리에 따라 이 문제가 불거질 텐데 고민스럽다”고 했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오는 17~18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다.
한은이 이날 이 총재의 언급 직후 공개한 올해 1월 국제수지는 우리 경제의 이런 고민을 가감없이 담고 있다. 5년 가까이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벌이고 게다가 최근 상품 수출·입이 활기를 띠고 있음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인 것이다. 3일 한은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52억8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3월 이후 59개월째 ‘사상 최장’ 흑자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 팔아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대외 거래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경제의 방증이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겨져 왔던 이유다.
1월 특히 주목할 점은 2012년 2월 이후 처음 상품수출과 상품수입의 증가율이 동시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각각 18.1%와 24.5%. 2012년 2월 당시 각각 22.2%, 33.5%의 증가율 이후 59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그만큼 최근 수출·입이 활발해지고 있고, 경상수지의 질(質)이 좋아졌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는 지표다. 그런데 기류가 급변한 건 최근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버팀목이 하루 아침에 ‘골칫덩이’로 변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조작국의 요건으로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 3% 이상 *한 방향의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을 거론하고 있고, 실제 우리나라는 앞선 두 가지에 걸려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상태다. 정책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경상흑자 줄이기’를 공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200억달러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셰일가스나 원유 수입도 늘려야 한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요건을 맞추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한은 조사국은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을 5% 후반대로 보고 있다. 내년 전망치는 5% 내외다. 당분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인 것이다.
이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2011~2016년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은 12억달러 줄어든 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0억달러 증가했다”면서 “이는 미국인들이 기대한 결과가 아니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셈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요인이 나와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주무부서 장관(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갔으니 어떤 걸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보복도 고민
한은의 경상수지 고민은 미국 외에 또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이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1월 서비스수지의 적자 폭(33억6000만달러)은 역대 최대였는데, 추후 그 폭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1월 여행수지(10억2000만달러 적자→12억2000만달러 적자)는 악화됐다.
중국인 입국자 수가 전년 대비 8.3% 증가한데 그친 영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월 당시 증가율은 32.4%에 달했다. 국내에 입국한 해외여행객의 1인당 소비액도 같은 기간 1207달러에서 991달러로 줄었다. 한은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 인사는 “우리 경제가 교역 측면에서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혜택을 많이 입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앞으로는 그런 기류가 점차 꺾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열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사드 배치가 여행수지 등에 미칠 영향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적사건25시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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