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도그 만들어진 사연과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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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팀 작성일17-03-18 04:27 조회1,428회 댓글0건본문
퍼스트 도그 만들어진 사연과 처지
취임식 날 진돗개 선물은 기획된 ‘쇼’로 밝혀져
2013년 2월 25일, 박근혜씨가 국민들의 축복 속에 대통령으로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간 날이다. 이날 진돗개 2마리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른바 ‘퍼스트 도그(dog)’였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이웃들이 취임을 축하하며 선물한 생후 2개월짜리 강아지들이다. 자택 앞 골목에서 진돗개를 안고 밝게 웃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대부분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국민들은 진돗개가 혼자 관저에 있을 대통령의 든든한 ‘가족’이 되길 바랐다. 또 영남 출신 대통령이 호남 출신 진돗개와 잘 지내면서 나름의 국민통합 메시지를 전하길 희망했다. 그런데 이 진돗개 2마리는 이웃 주민들이 진솔한 마음으로 선물한 것이 아니라 알고 보니 잘 만들어진 ‘기획 상품’이었다.
당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은 한 주민이 진돗개를 선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6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당시 위원회 내부에서는 “호남 출신 주민이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진돗개를 영남 출신 대통령에게 선물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위원회 관계자는 호남 출신 주민 A 씨에게 이런 뜻을 알리고 진돗개 선물을 부탁했다. A 씨는 “나도 국민 통합을 바란다”며 흔쾌히 동참했다. 진돗개를 구하는 일도 A 씨 몫이었다. 위원회가 진돗개까지 구입해서 주면 나중에 말이 나올까 봐 염려한 포석으로 보인다.
A 씨는 진도에 사는 지인을 통해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암수 한 쌍을 구했다. 비용도 A 씨가 냈다. 취임식 날 오전 진돗개를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가져갈 때는 강남구의 간부가 도와줬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말했지만 정확히 하면 ‘위원회의 부탁을 받아 주민들께서 선물로 주셨다’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주민들을 통한 쇼였던 것이다. 청와대는 2013년 3월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을 담아 진돗개 암컷에게는 ‘새롬이’, 수컷에게는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해 4월에는 동물등록제에 따라 정식으로 등록했다. 동물등록증에는 소유자 ‘박근혜’, 주소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로1’로 기재됐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박 전 대통령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줬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준다”며 이들의 소식을 자주 전했다. 청와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인 ‘청와대스토리’ 첫 게시물의 주인공도 새롬이와 희망이였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새롬이와 희망이 작명을 최순실(61·구속 기소)이 사실상 주도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특검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이 작성한 ‘진돗개.hwp’라는 문서파일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름을 지으려고 최 씨에게 의견을 구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퍼스트 도그는 다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진돗개를 청와대에 유기하고 갔기 때문이다. 새롬이와 희망이,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다. 앞서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13일 동물보호법상 ‘소유자 등은 동물을 유기하여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진돗개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입양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청와대에 요청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소유자가 바뀌는 등 변경 사유가 있으면 발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새롬이, 희망이와 새끼 2마리는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 등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5마리는 분양을 준비 중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진돗개 혈통을 잘 보존하고 관리해 달라’며 경호실 관저부에 지시하고 떠났다. 이런 결정이 난 후 동물보호단체에서 연락이 와서 그쪽에 입양 보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직 관저에 남은 진돗개는 직원들이 잘 보살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소연 케어 대표는 “자칫 퍼스트 도그라는 이름 아래 상업적으로 분양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진돗개를 이미지 메이킹에 이용만 하고 결국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한국 진도개혈통보존협회 관계자는 “광주에 있는 종견장에서 키울 뿐 다른 데로 분양하지 않겠다”며 “평소 청와대에 들어가 진돗개의 건강상태를 확인했기 때문에 우리가 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돗개를 선물한 A 씨는 “박 전 대통령 처지도 이해하지만 자택으로 올 때 진돗개를 데려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진돗개 원주인, “마음 아파, 다시 진도 보내주오” 호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돗개 원주인인 김기용씨는 박 전대통령에게 선물된 진돗개 희망이의 부견인 ‘백두’를 키우고 있다. 전남 진도군 진도읍에서 진돗개 시범사육장(군 지정 제15호)을 운영하는 김기용(56)씨는 기자에게 “이제라도 진도로 보내주면 희망이와 새롬이는 다시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희망이(수컷)’와 ‘새롬이(암컷)’를 청와대에 두고 간 것도 속상한데 태어난 진도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진도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라도 진도로 보내주면 희망이와 새롬이는 다시 천연기념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서울 삼성동 주민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희망이·새롬이의 원래 주인이다. 김씨는 그동안 희망이와 새롬이의 원래 주인이란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청와대에 가는 줄 몰랐고, 이후엔 잘 자라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씨는 2013년 1월 지인의 부탁을 받고 태어난 지 50일째 된 희망이와 새롬이를 서울로 보냈다. 하지만 군내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진도군에 있는 ‘한국진도개보존연합회’ 임태용(64) 대표는 “김씨가 희망이와 새롬이 아빠를 지금도 키우고 있어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서도 금방 확인된다”고 말했다. 희망이와 새롬이 귀에 찍혀 있는 ‘이표’(인식표)도 김씨의 진돗개라는 것을 증명한다. 2013년 4월 국민공모를 통해 희망이와 새롬이로 이름이 정해지자 청와대 비서실에서 김씨에게 연락이 왔다고 한다. 김씨가 신고한 출생증명서에 적힌 이름을 새로운 이름으로 변경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김씨는 출생증명서를 변경 등록해 서류를 다시 청와대로 보내줬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서울에 있는 혈통보존협회로 희망이와 새롬이, 새끼 2마리를 보냈다. 나머지 새끼 5마리도 조만간 또 다른 혈통보존협회로 보낼 예정이다. 진도에서 태어난 희망이와 새롬이가 혈통보존협회로 보내지면 영원히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없다. 진돗개는 천연기념물(제53호)이지만 일정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우선 진도에서 태어나야 하고 생후 6개월 이후 혈통·체형·외모 등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진도에 있는 4000여 마리의 진돗개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김씨는 “희망이와 새롬이 엄마, 아빠 모두 4~5대째 순수 혈통을 유지해 온 천연기념물 진돗개”라며 “진도로 보내주면 심사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임태용 대표도 “진도에서 외부로 나간 진돗개가 다시 돌아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례는 없지만 희망이와 새롬이는 상징적 의미가 큰 데다 심사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며 “진도에는 진돗개 테마파크가 조성돼 있어 좋은 조건에서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희망이와 새롬이를 인수한 진도개혈통보존협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주인이라 임의로 분양하거나 처분할 수 없다”며 “경기도 광주에 있는 종견장에서 키울 계획”이라고 했다.
반려동물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개 문제까지 신경쓰는 일이 너무하고 과도한 것 아니냐 하지만 반려견 인구 1천만 시대에 접어든 지금 본보는 충분히 공익적 문제의 이슈로 판단한다. 우선 '애완견' 개념과 '반려견' 개념은 다르다. 애완견이 단순히 예쁘다고 키우는 구시대적 개념이라면 '반려견'은 대상동물의 건강, 생명까지 책임지고 비록 동물이지만 법적으로도 내 가족의 일부로 키우는 개념이다. 반려동물을 선물하는 사람이 선물받을 사람에게 단순한 애완견으로 키울것인지 제대로 반려견으로 키울것인지 모르고 선물한다면 종종 이런 문제와 동물유기 문제가 발생한다. 동물보호단체가 박 전대통령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고발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한 반려인은 "무소불위의 권력도 돈도 진정한 사랑을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확실히 청와대와 박 전대통령의 반려동물에 대한 저급한 인식은 반려인구 1천만 시대의 지도자로써 자격도 없고 맞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추적사건25시 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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