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 고위험가구-자산 팔아도 빚 못갚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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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작성일17-06-22 21:56 조회1,106회 댓글0건본문
31만 고위험가구-자산 팔아도 빚 못갚아
우리경제를 발목잡는 시한폭탄 중 하나는 ‘가계부채’ 문제다. 2007년 말 665조원에 불과했던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에는 2배가 훨씬 넘는 1360조원까지 늘어났다. 특히 2014년 하반기 이후 저금리 기조 지속과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해 가계부채 급증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엔 증가율이 9.6%로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1360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동안 정부는 거의 6개월에 한 번씩 종합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증가세를 잡기엔 속수무책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지난 2년간 반복됐던 유사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가계부채, 특히 고위험 가구 등 취약 부문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상환 능력이 부족하고 자산보다 빚이 많은 '고위험 가구'다. 한국은행이 22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기 어려운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3월 기준 31만5000가구(전체 가계부채 가구의 2.9%)로, 62조원(전체 금융부채의 7%)의 빚을 지고 있다. 1년 전보다 각각 1만8000가구, 15조6000억원 늘었다. 고위험 가구는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원리금 상환 부담이 40% 이상에다 보유한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가구를 가리킨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5%포인트, 1%포인트, 1.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는 각각 8000가구, 2만5000가구, 6만가구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했다. 시나리오별로 금융부채 규모도 4조7000억원, 9조2000억원, 14조6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층이 많은 고위험 가구가 금리 상승 직격탄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고위험 가구 이외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따진 부실위험지수가 기준점인 100을 초과하는 '위험가구'도 지난해 말 기준 126만3000가구(전체 부채 보유 가구의 11.6%), 금융부채 규모만 186조7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금융부채의 21.1%에 달하는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금융사가 대출 취급 유인을 약화시키거나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중점 관리해 가계대출 급증세를 억제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사회·복지 차원까지 고려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계가 짊어진 빚이 연간소득의 2배를 넘어서면서 가계대출을 받은 차주 전반의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 차주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은 지난 3월 말 현재 205.5%로 집계됐다. 2012년 말(167.9%)과 비교하면 4년3개월 동안 37.6%포인트 뛴 것이다. 2년 동안 고스란히 소득을 모아도 가계대출 규모에 못 미친다는 얘기다.
특히 상환 능력이 열악한 차주가 급증했다. LTI가 500%를 넘는 차주의 비중은 2012년 말 6.6%에서 올해 3월 말 9.7%로 커졌다. 빚이 있는 사람 10명 중 1명은 5년 동안 모은 소득으로 대출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은은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채무를 일으킨 차주가 늘고 있다"며 "이는 신용등급 개선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미흡한 상황에서 앞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 증대로 이어져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채무불이행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만 할 게 아니라 서민금융지원제도 같이 맞춤형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취업난, 조기 퇴직 등으로 늘어난 자영업 수와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영업 대출은 한국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대출은 480조2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3.7%(57조7000억원) 급증했다. 2012년 318조원과 비교하면 42%나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대출은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그중 171조5000억원이 가계대출, 나머지 308조7000억원은 사업자 대출이다. 시장 금리가 따라 오르면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도 늘어난다.
경제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특성상 금리 인상에 따른 자영업 대출 부실 여파는 상상 외로 심각할 수 있다. 한국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및 무급 가족 종사자)는 2015년 기준 671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국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16.2%(2013년 기준)보다 훨씬 높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1%포인트 뛰면 자영업자의 폐업 위험도가 음식과 숙박업은 10.6%, 도·소매업은 7% 높아진다. 여기서 폐업 위험도란 현재 영업 중인 가게가 1년 후 문을 닫을 확률을 뜻한다.
우리나라 음식점업은 네 곳 중 한 곳(26.7%), 소매업은 다섯 곳 중 한 곳(21.6%)이 소득 하위 40%이자 유급 고용 직원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다. 또다른 전문가는 "음식·숙박업은 소비자물가지수로 대변되는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고 경쟁 업체 증가가 폐업률을 높이는 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체 가계대출의 7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인 상황에서 금리 상승 여파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이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소득 분위별 이자 부담 증가 규모 시산치'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0~75% 수준으로 추정된다.
저금리를 틈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변동금리 비중이 높다 보니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이자 부담이 크게 출렁이는 것이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이자 부담은 연간 4조6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분위별로 따지면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 가계의 이자 부담은 2000억원 늘어나고, 2분위는 5000억원, 3분위는 8000억원, 4분위는 1조1000억원, 5분위는 2조1000억원 늘어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시장은 항상 금리를 선반영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린다는 신호만 나와도 대출금리가 상승하곤 한다"며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시 대출금리는 최대 3배인 3%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각각 1%포인트, 3%포인트 상승할 때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가구당 이자비용이 308만원에서 각각 364만원, 476만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다 DSR는 현재 38.7%에서 각각 40.4%, 43.0%로 상승했다. 연구원은 DSR가 5%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0.11%포인트 감소한다고 밝혔다.
추적사건25시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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