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경영고질병은 고비용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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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 작성일18-02-12 19:08 조회1,464회 댓글0건본문
자동차 업계 경영고질병은 고비용 구조
경영난을 겪는 한국GM의 회생을 위해 제너럴모터스(GM)이 우리정부에 손을 벌릴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GM이 막다른 길에 몰린 것은 결국 한국자동차 업계의 고질병인 '고비용 구조'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럽 시장 등에서 GM이 철수하면서 한국GM의 수출도 그만큼 줄었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는 판매 감소와 상관없이 꾸준히 올라 더는 감당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판매 감소-비용 증가' 문제는 현대·기아차 등 다른 한국 완성차업체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리 차 업계도 마냥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강 건너 불구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2일 한국GM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간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는 약 2조원에 이르고, 지난해 역시 2016년과 비슷한 약 6천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4년간 적자 규모가 2조5천억 원을 넘는 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경영난의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차가 안 팔렸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GM은 CKD(반제품 조립) 수출량까지 포함해 모두 126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이 가운데 국내시장에 18만275대, 나머지 약 120개국에 완성차·CKD 방식으로 107만대를 팔았다. 수출이 전체 판매량의 85%,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GM의 대대적 글로벌 사업 재편이 진행되자 '수출 위주' 한국GM이 직격탄을 맞았다.
GM이 유럽,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하고 계열사 오펠 등을 매각하면서 여기에 완성차나 부품을 수출하던 한국GM이 공급처를 잃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2013년 말 단행된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는 결정타가 됐다. 그 결과 2016년 CKD를 제외하고도 완성차 수출량(41만6천890대)이 전년보다 10%나 줄었고, 지난해 수출량(39만2천170대)도 다시 5.9% 감소하는 등 계속 수출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내수의 경우 '대세'인 스포츠유틸리티(SUV) 라인업(제품군)을 포함해 눈에 띄는 신차가 최근 몇 년간 거의 없었던 게 '고전'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GM 관계자는 "2015~2016년 트랙스, 말리부, 스파크 등의 부분변경 모델이라도 출시됐지만, 2017년의 경우 신차가 전기차 '볼트'와 '뉴 크루즈' 정도밖에 없었다"며 "요즈음 인기가 많은 SUV 모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06~2007년 10%를 웃돌던 한국GM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승용차+상용차)은 지난해 7.4%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이처럼 수출을 중심으로 판매가 뒷걸음질하는 상황에서도, 한국GM의 임금 수준은 꾸준히 올랐다. 한국GM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임금 수준은 2002년의 2.5배까지 뛰었고, 총 인건비(2015년 기준)는 2010년과 비교해 50% 이상 늘었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성과급은 해마다 1천만원 이상 늘었고, 기본급 인상률은 3.3~5% 범위에서 유지됐다. 해를 넘겨 타결된 2017년도 임금협상도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천50만원 수준에서 타결됐다. 2009년 이후 작년까지 9년 동안 2009년, 2010년, 2014년, 2015년 4년을 제외하고는 파업도 반복됐다. 임금 상승에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국GM의 주장이다. 2013, 2014년에 걸친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소급분 지급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인정으로 이후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급격히 재무실적이 나빠진 2014~2015년에도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글로벌 주력 생산 차종인 경차와 소형 SUV의 공급에 차질이 없기를 바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저조한 판매 실적에 고정비 부담만 커지면서 공장 가동률은 뚝 떨어졌다. 소형 아베오·트랙스, 중형 말리부·캡티바를 생산하는 부평 공장의 가동률은 100%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차 스파크, 상용차 다마스·라보를 생산하는 창원의 가동률은 70% 수준이다. 특히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의 만드는 군산 공장의 경우 가동률이 20%를 밑돌아 거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GM의 발목을 잡은 '고비용' 구조는 비단 한국GM 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완성차업체들이 안고 있는 과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으로 9천213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3.9% 올라 이미 일본 도요타(9천104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천40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를 웃돌고 있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도 월등히 크다. 국내 완성차 5곳의 2016년 평균 임금 비중은 12.2%로 도요타(7.8%)나 폭스바겐(9.5%)와 큰 격차가 있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 현대·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도 비슷한 이유다. 2017년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각 4.7%, 1.2%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1천만원어치(매출) 차를 팔아 불과 47만원, 12만원의 이윤(영업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작년 1~3분기 누적 실적 기준으로만 따져도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은 이미 세계 최하위권이다.
각사 공시 자료와 증권업계 조사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은 각 5.3%, 0.9%로 세계 11개 완성차업체 가운데 7위와 꼴찌(11위)에 머물렀다.영업이익률이 9%대에 이르는 1, 2위 다임러(벤츠 모기업·승용차 부문만 9.7%), BMW(9.1%)와 비교해 현대차는 거의 절반, 기아차는 9분의 1 수준이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일본(도요타), 미국(포드)보다 각 11%, 26% 더 많이 소요되는 등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추적사건25시 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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