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미중 패권경쟁 전략적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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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05-15 22:51 조회1,408회 댓글0건본문
시진핑의 미중 패권경쟁 전략적 포석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문어발 정상외교'를 선보이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12일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러시아, 벨라루스 등 3개국을 순방하고 베이징으로 복귀한 그는 이틀만인 14일 또다시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으로 날아갔다. 한국 면적보다 큰 국경지역 땅을 놓고 수십년 간 첨예한 다툼을 벌여온 인도 지도자의 첫 방중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시 주석은 시안의 고성 앞에 수백 명의 당(唐)대 복식을 한 문무 관원들과 궁녀들을 배치해 최고 수준으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환영했다.
또 직접 모디 총리를 데리고 당나라 때 현장법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하고자 건립한 대안탑(大雁塔)을 둘러보는 '파격'도 연출했다. 중국 언론은 모디 총리의 이번 방중을 "올해 이뤄지는 외국정상의 방중 가운데 가장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출혈적 경쟁관계를 맺어온 인도 지도자를 왜 이처럼 지극정성으로 환대했을까? 인도는 중국이 '올인' 하다시피하는 시 주석의 신(新)경제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다.
미국의 '대중포위' 전략에 맞서기 위해서도 최소한 적으로 돌려서는 안될 대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베이징 관측통은 시 주석이 이달 초 보여준 러시아와 인도라는 두 대국을 상대로 한 일사불란한 정상외교의 결과를 '좌(左) 푸틴-우(右) 모디'에 비유하며 미국에 '신형대국관계' 형성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압축했다. '신형대국관계'란 시 주석이 2013년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한 개념으로 충돌하지 말고, 상호이익을 존중하며, 공영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두 정상은 원론에서는 이 개념에 동의했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생각이 달랐다. 미국은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을 강조하며 주변 영토와 해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제약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의 '아시아 주도권'을 인정해야한다는데 중점을 뒀다. 지난 2년 간 양국은 각자 해석한 '신형대국관계'를 위한 포석을 하나둘씩 해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일대일로', 러시아·인도 등 주변국가 및 주요 개발도상국들과의 관계 격상은 중국이 놓은 포석이다.
일본, 베트남 등 우방들과의 군사·안보 협력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통한 대중 포위망 구축은 미국이 배치한 돌이다. 중국의 적잖은 전문가는 '신형대국관계'를 둘러싸고 지난 2년간 치열하게 전개된 양측의 수싸움은 일단 시 주석 쪽에 좀 더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무엇보다 AIIB의 예상치 못한 흥행이 미친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또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둘러싼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신경전은 올해 9월 시 주석의 첫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또다시 핫이슈로 부상할 것이며 이제 '협상의 조건과 지위'는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중국을 찾은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을 국빈 방문하면 미국 각계 인사들과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계(大計)를 함께 논의하기를 원한다"며 '신형대국관계' 구축을 더욱 압박할 것임을 예고했다. 물론, 근년들어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발언권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해서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핵심이익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중국이 요구하는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순순히 동의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올해 초 벌어진 'AIIB 결투'가 보여주듯, 국제관계의 '상수'로 여겨졌던 요소가 '변수'로 돌변하는 상황을 지켜볼 때 '국제관계 민주화', '새 국제질서 구축'을 모토로 한 미국을 향한 중국의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세계가 시 주석과 모디 총리의 이번 '밀착 행보'의 배경과 결과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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