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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외국산으로 점점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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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5-03-06 11:29 조회1,9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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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낮 점심식사를 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서울 광화문의 한 생선구이 음식점. 벽면에 걸린 메뉴판에는 '고등어 구이'(노르웨이) '알탕'(미국) '메로찜'(대서양) 등 메뉴마다 세계 각국의 원산지가 쓰여 있었다. 손님들도 무신경한 분위기였다. 직장인 이모(41)씨는 "방사능이나 폐수로 오염된 일본·중국 앞바다보다는 대서양에서 잡힌 고기가 더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일랜드산(産) 고등어, 베트남산 주꾸미, 대만산 꽁치, 캐나다산 장어, 에콰도르산 새우…. 식당이나 각 가정의 식탁이 세계 각국에서 건너온 외국산 수산물에 점령당하고 있다. 연어·킹크랩·랍스터처럼 국내에서 거의 잡히지 않는 어종(魚種)은 물론이고 '국민 생선'으로 불려온 고등어·갈치·꽁치·주꾸미도 외국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우리 식탁의 주인공이던 국내산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과 안정된 공급을 앞세운 외국산 수산물이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은 "2014년 국내에 수입한 수산물은 총 116만9300t으로 36억36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고 5일 밝혔다.

◇고등어·꽁치·주꾸미도 외국산이 '대세'
대형 마트에서도 수입 수산물 판매는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제주 갈치'로 대표되는 국내산 갈치는 2012년 당시 롯데마트의 전체 갈치 매출에서 97%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75%로 떨어졌다. 빈자리는 대만·세네갈 등 수입 갈치로 채워졌다. 고등어도 국내산 비중이 90% 미만으로 낮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입 고등어의 90%를 차지하는 노르웨이 고등어 값이 1년 전보다 30% 넘게 오르자 아일랜드산 고등어가 등장했다.

문어·대게·바닷가재 등 고가(高價) 수산물도 외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문어는 아프리카의 모리타니아에서 국산보다 37% 정도 싼 가격(100g당 2980원)에 수입되고, 러시아 대게 역시 한 마리(1.1㎏)당 가격이 3만9800원으로 국내산보다 약 30% 싸게 팔리면서 매출이 지난 1년 새 40% 정도 늘었다.

가공 수산물은 대부분 외국산의 독무대이다. 대다수 황태는 러시아산 동태를 여러 번 얼렸다 녹여 만들고 '포항 과메기'는 러시아에서 잡은 꽁치를 가져와 반(半)건조시킨다. 마른오징어도 가격이 비싼 국내산 오징어 대신 페루산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시중에 파는 삭힌 홍어의 80%는 아르헨티나·칠레에서 가져온 것이다. 해외 수산물 수입 러시로 지난해 이마트의 전체 수산물 매출에서 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44.2%)은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2010년에 비해 외국산 비중이 2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2010년 세계 21개국으로부터 29개 품목을 수입하던 롯데마트는 작년 말 현재 35개국에서 55개 품목을 수입했다.

◇국내산보다 최고 50% 저렴
국내 식탁에서 외국산 수산물 점유율이 급증하는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국내산은 인건비·유류비 등 생산원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이상(異常) 기온, 중국 어선의 남획(濫獲) 등으로 어획량마저 크게 줄어들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에 비해 외국산은 대부분 해외 산지(産地)에서 직수입하는 데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인하 영향으로 국내산보다 가격이 20~30% 정도 싼 편이다. 이마트에서 파는 노르웨이산 고등어 한 마리(800g) 가격은 2900원으로 국내산(5500원)의 절반 정도이다. 주꾸미는 국내산(100g당 3580원)의 3분의 1 수준(980원)에 나와 있다. 최진일 이마트 수산팀장은 "외국산은 여러 국가에서 직수입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원전(原電) 사고로 방사능 오염 등 식품 안전에 불안감이 커진 것도 대서양·오호츠크해(海) 등 수산물 수입 다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더욱이 요즘 외국산은 국내산과 맛과 모양이 거의 같은 데다 크기는 오히려 커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동안 쉽게 맛보지 못한 랍스터·킹크랩 같은 고가의 수산물이 대량으로 싼값에 공급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김영태 롯데마트 수산팀장은 "국내 통관·판매 준비 과정에서도 미생물·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정도로 식품 안전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조미숙 이화여대 교수(식품영양학)는 "경기(景氣) 불안 영향으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 외국산 수산물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재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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