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 시민, "우리가 북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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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07-02 21:12 조회1,330회 댓글0건본문
그리스 아테네 시민, “우리가 북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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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M 일일 인출한도 겨우 7만4000원
"치프라스가 이 나라를 북한으로 만들었다. 이 나이에 현금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하다니 믿을 수 없다" 수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아래에 있는 현금인출기(ATM)에서 돈을 찾은 앙겔리키 안드레아키(85)는 월세 330유로(약 41만원)와 전화요금 39유로(약 4만8000원)를 지불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드레아키가 인출한 돈은 겨우 60유로(약 7만4000원). 집세를 내려면 닷새 더 줄을 서야 한다.
그리스 정부가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주 들어 자본 통제에 나서면서 그리스 시민들이 고통과 불편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상이 악몽이 되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 정부는 국제 채권단을 비난하며 오는 5일 채권단 개혁한을 놓고 진행되는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채권단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투표일 이전에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는데다 유럽중앙은행(ECB)마저 긴급 유동성을 올려주지 않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5년이나 지속돼 왔지만 은행 영업중단과 ATM 사용 제한은 그리스 시민들의 삶을 가장 팍팍하게 만들었다. 이번주 초부터 일일 ATM 인출 한도는 60유로로 제한됐고, 해외로 송금은 금지됐다. 그리스 내에 남아 있는 현금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리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로 고조될지는 국민투표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듯 싶다. 전문가들은 일상이 팍팍해질수록, 보다 많은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의 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1일 기준으로, 그리스 은행권에는 현금이 약 10억유로(약 1조2447억원)가 남아 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WSJ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예금 인출이 제한돼 있긴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 vs 채권단, 5일 국민투표서 ‘결투’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긴급연설을 통해 채권단 제안과 관련한 찬반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는 지금 협박당하고 있다”며 “더 공정한 합의안을 압박할 수 있도록 국민투표에서 반대 투표를 해 달라”고 역설했다. 앞서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제안을 일부 수정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채권단 ‘트로이카’의 수장들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투표를 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그리스 정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이날 저녁 전화회의를 열고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추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특히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에 대한) 입장을 이미 정했으며, 더 덧붙일 것이 없다”며 국민투표 전에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유럽 공동체가 서 있는 법 규정과 책임의식을 잊으면 유로화는 실패하고 유럽도 실패할 것”이라며 원칙을 벗어난 양보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서는 이유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만기가 도래한 IMF 채무 16억유로(약 2조원)를 못 갚은 데 이어 오는 20일에는 ECB 채무 34억6000만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그리스 국민이 투표를 통해 채권단 제안을 반대하고 결국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도 끊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은행들이 붕괴하고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
그리스가 파국을 맞게 될 경우 유럽 입장에서도 ‘하나의 유럽’이라는 꿈이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양측 간에는 “타협의 징후가 전혀 없다”며 “채권단은 치프라스 정부에 굴욕감을 주고 좀더 유순한 정부가 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적했다. 채권단이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는 결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이 그리스를 따라 ‘긴축 종식’과 ‘채무 탕감’ 요구에 나설까봐 두려워서라는 설명이다.
스페인에서는 좌파정당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가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포르투갈에서도 올해 하반기 총선에서 반긴축 노선의 사회당 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로화 구상자인 오트마르 이싱 전 독일 중앙은행 이사는 그리스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며 유로존에 계속 남을 경우 “포데모스도 유권자에게 ‘봐라, 꼭 허리띠를 졸라 맬 필요는 없다’고 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자본통제 등) 사태가 길어질수록 그리스는 더 열악한 조건에서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이 6일 정도까지밖에 못 버틸 정도로 급속히 돈이 말라가고 있으며,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될수록 채권단은 더 가혹한 긴축 요구를 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온탕과 냉탕을 수시로 번갈아 들락거리던 치프라스 총리는 결국 강경 입장을 택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긴축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점, 국민투표에서 ‘반대’ 여론이 압도할 경우 국민의 지지를 무기로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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