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사태, EU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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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07-07 14:48 조회1,436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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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독일“확실한 제안 내놔라”…미국, 프랑스는 “대화로 풀어야”
그리스 국민투표를 통해 강력한 긴축을 거부하자 유로존 등 국제채권단은 그리스의 돈 줄을 더욱 조이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축출하는 ‘그렉시트(GrExit)’의 법률적 방안까지 논의될 정도다. 하지만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는 프랑스 유화 제스쳐를 취하고 있고, 미국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그리스에 대한 강경대응을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자존심 대결 양상이 지나고 나면 재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지만, 협상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금고문 꽁꽁 닫은 채권단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그리스에 제공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의 담보 인정비율을 낮췄다. 담보인정비율을 낮추면 추가로 담보를 제공할 능력이 제한된 그리스 은행들이 받을 수 있는 자금지원 규모가 사실상 줄어들게 된다. ECB는 또 전날 그리스가 요청한 ELA 한도 증액도 거부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그리스가 지원을 요청하면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성명을 통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고 그리스가 지원을 요청할 경우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MF 대변인은 “기술적 지원은 제공하겠지만, 그리스가 지난주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만큼 연체규정에 따라 금융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언은 해주겠지만 돈을 갚지 못하면 더 이상 돈을 꿔줄 수 없다고 확인한 셈이다.
강경한 유로존 정상들, “그리스가 먼저 양보해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신속한 사태해결을 희망한다며 여전히 부채협상에서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그리스 문제를 논의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리스와의 대화 가능성은 내비치면서도 새로운 구제금융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협상을 시작할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로부터 그리스를 다시 부흥시킬 확실한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개 회원국의 견해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리스의 국민투표가 민주주의인 것처럼 회원국을 존중하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그리스 정부가 내일(7일) 이번 정상회담에 어떤 중요한 이야기를 가져올 것인지, 어떻게 나설지 오늘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 타결을 위해서는 그리스도 구조개혁을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고 독일 역시 부채탕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리스 입장에선 그동안 긴축을 반대해 온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이 물러나 협상이 더욱 쉬워졌다고도 덧붙였다. 역시 그리스가 한발 물러설 것을 압박하는 표현이다.
미국ㆍ프랑스, “그리스 달래라”
구제금융 협상에서 그리스의 희망으로 남은 것은 프랑스다. 올랑드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회담 직후 “협상의 문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국민투표를 앞두고서도 결과를 기다리자는 메르켈 총리와 달리 “투표 결과를 기다리면 혼란의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올랑드 대통령이다. FT는 올랑드 대통령이 그리스 정부의 유일한 대변자로, 유로존 내의 희망으로 남았다고 전했다. 이는 ‘올랑드는 메르켈의 꼭두각시’란 프랑스 내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FT는 풀이했다.
미국 백악관 역시 6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우려하며 타협을 촉구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국민투표는 끝났으나 백악관의 입장은 전과 같다”며 “그리스가 부채의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혁안에 양측이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양측간 커다란 입장 차가 있지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이들 차이가 해소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는 방식의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그동안 그리스 문제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번 언급은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치르고 그렉시트 우려가 커진 이후 나온 미국의 첫 반응이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이끌고 있는 미국이 동유럽 안보를 우려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실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게 되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EU와 관계가 악화된 러시아와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 경우 남유럽은 물론 서유럽까지 러시아의 세력권이 확장될 수도 있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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