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현대미술품 해외매각 규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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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표 작성일15-07-23 15:14 조회1,494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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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술계와 정부가 현대미술품 해외 판매 제한법 제정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독일정부는 수백 년 된 골동품뿐만 아니라 저명한 생존작가의 작품까지도 ‘국보’로 간주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술계에서는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며 법 제정을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이다.
수집가들은 소장품들을 유럽의 다른 국가로 옮기느라 벌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화랑업자들은 공동 명의로 문화부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독일 미술계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가 쾰른에 새 국영 카지노를 건설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앤디 워홀 작품 2점을 뉴욕 크리스티 경매시장에 내놓아 매각한 일이었다.
주정부 소유였던 두 작품은 가수이자 영화배우였던 엘비스 프레슬리가 카우보이 복장을 한 채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트리플 엘비스’(1963년작)와 영화배우 말론 브랜도의 청년시절 이미지를 4번 반복해서 묘사한 ‘4명의 말론’(1966년작)으로, 경매에서 예상가를 크게 웃돈 8190만 달러(약 944억 원)와 6960만 달러에 각각 팔렸다.
당시 문화부는 주정부가 아무런 사전고지도 없이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해외에 매각했다는 사실에 발끈했고,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 법 제정을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모니카 그뤼터스 문화장관은 최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 자산이 당국도 모르는 사이에 해외로 팔려나가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현지 언론들과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문화부는 제작된 지 50년이 넘은 15만 유로(약 1억9000만 원) 이상 가치의 미술품을 해외 매각할 경우 중앙정부 또는 각 지방정부의 해당 기관에 미리 통보해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 법을 추진 중이다. 해당 기관은 해외 판매를 허가할지, 아니면 불허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유럽 국가의 소장가에게 팔 경우에도 법이 적용된다. NYT는 그뤼터스 장관이 오는 8월쯤 이 법을 각료회의에 정식으로 상정,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은 현대미술품의 해외 매각을 규제하는 법을 이미 정해놓고 있다. 독일 역시 미국 등 유럽 밖으로 미술품을 가지고 나가 판매 또는 대여할 경우엔 사전에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해외 판매 금지 작품으로 이미 2000여 점을 지정해놓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유럽국가로의 판매까지 규제하겠다고 나선 경우는 독일이 처음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문화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가장 발끈하고 나선 사람들은 저명 화가들이다.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화가 중 한 명인 게오르크 바젤리츠(77)는 최근 드레스덴에 있는 국립 알베르티눔현대미술관에 장기 대여했던 자신의 회화작품 9점과 조각상을 모두 회수해버렸다. 정부가 작가의 작품 판매 권리를 억압하는 데 대한 항의 표시이다. 바젤리츠를 위해 미술관의 전시실 하나를 통째로 내줬던 알베르티눔 측은 작품들이 철거되는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지난 2012년 당시 생존 화가의 작품으로는 최고 경매기록을 세웠던 게르하르트 리히터(83) 역시 최근 드레스덴모겐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물론 그 누구도 내게 작품 판매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전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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