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도심 아파트 전세값, 인식전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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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빈 작성일15-09-20 21:19 조회1,646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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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아파트값·전셋값만 턱없이 치솟고 있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전국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은 3.33%, 전셋값 평균 상승률은 4.73%로 기록됐다. 이게 정부의 공식 아파트값·전셋값 변동률이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아파트값·전셋값 상승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특히 수도권은 전국 평균 상승률보다 2~3배 폭등했다. 2년 동안 감정원 공식 통계로도 전국은 10%, 서울은 18% 정도 상승했다. 3억원 아파트 전셋집이라면 5000만~6000만원을 더 내야 계속 거주할 수 있다.
최근 입주한 새 아파트 전셋값은 더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에서 2013년 9월 입주한 새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이 평균 35.7%였고 가구당 평균 1억원 이상 올려 줘야 재계약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전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8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5.6%로 1년 전보다 5.5% 포인트 증가했다. 월세 거래 비율이 낮았던 서울도 36.2%로 급증했다.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7.40%에 이른다. 예금 금리(신규) 1.54%와 비교해 집주인이 월세 전환을 강요하는 이유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중이 73%까지 치솟으면서 아예 구매로 돌아서는 수요도 많이 늘어나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저금리→월세 급증→전세 물량 급감→전셋값 상승→기존 아파트값 인상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전·월세 시장의 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 제도가 급격히 무너지고 월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다른 전문가는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주택 시장이 자산 시장화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자산 시장에서는 집값 예측이 어렵고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급을 늘려 집값·전셋값을 안정시키려는 정책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장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시장은 심리적 요인에 크게 흔들리는 데다 대량의 임대주택이 완공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입주량이 늘어나는 2017년까지는 주택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라리 대출받아 집산다".--서울서 경기도로
“3억원 미만 전세 아파트 좀 찾아주세요.” “전세 아파트는 아예 없어요. 월세나 반전세밖에 없고, 그나마 가격이 계속 오르니 빨리 계약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20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세입자들이 부동산중개업자에게 전세 아파트를 찾아 달라고 매달리고 있다. 10월 말로 전세 기간이 만료돼 새 전셋집을 찾고 있다는 김00씨는 “이달 주말 내내 중개업소를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동 대치 아파트 39㎡를 2억 8000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씨는 집주인이 전세 기간을 연장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가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김씨는 전셋값이 올랐다기에 7월부터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2000만원 올려주고라도 눌러앉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반전세나 월세만 원하는 주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집주인은 보증금 2억원에 월 50만원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월세 50만원은 중학생 아들 한 달 학원비에 해당한다. 추가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50만원은 너무 큰 부담이라 만사 제쳐두고 중개업소를 찾고 있다.
이따금 전세 물건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보증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같은 크기의 이 아파트 전셋값은 3억 2000만원 정도에 나와 있다. 아무래도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나 단독주택을 골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집값·전셋값 상승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하남시. 덕풍동 한솔리치빌 1단지 84㎡ 매매가는 3억 2000만원, 전세가는 2억 900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연초보다 매매가는 2000만~3000만원, 전셋값은 3000만원가량 올랐다. 상승률은 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더 가파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3억원짜리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노00씨는 “월세로 살든지, 전세보증금을 3000만원 올려 달라는 집주인의 고집에 하남까지 전셋집을 알아보러 왔다”며 “전셋집은 어렵사리 구했지만 출퇴근 시간이 40분은 더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집주인의 월세 강요에 어쩔 수 없이 전세 보증금을 올려 주고라도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서울·수도권 전세시장의 현주소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상가주택을 1억 8000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는 최00씨도 집주인이 월세를 고집하는 바람에 이사를 가야 한다. 2년 전 서울 사당동에서 살다가 전세 보증금 인상을 견디지 못해 안양으로 밀려난지 두 번째 겪는 설움이다.
전·월세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이 아예 아파트를 사 보려고 하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다. 상승률이 전셋값보다는 완만하다지만 서울·수도권에서 교통이 편리하고 편익시설이 잘 갖춰진 곳의 아파트값은 연초보다 10% 정도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5억원짜리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00씨는 2년마다 반복되는 보증금 인상 요구에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결심하고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를 찾았다. 이의동 광교 힐스테이트 84㎡ 시세는 6억 6000만원 안팎. 김씨는 보증금을 빼고도 1억 5000만원을 융자받아 이자(50만원 정도)를 내더라도 반전세를 사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최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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