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도 내분, 거국내각 놓고 文·安 또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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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작성일16-11-01 22:43 조회1,143회 댓글0건본문
야권도 내분, 거국내각 놓고 文·安 또 충돌
야권에서는 거국중립내각 논란이 뜨겁다. 국정 정상화 방법의 하나로 부상한 거국내각의 방법론을 놓고 계파 또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달 31일과 1일 잇따라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총회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새누리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에 호응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이번 사태의 '공범'인 여권으로부터의 제안은 진정성이 없는 만큼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주도해야 한다는 논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야권의 대권 선두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거국내각 주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권력 이양을 뜻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논란을 더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거국내각 방안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취지로 평가하면서 '권력 나눠먹기'로 비친다고까지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일단 매일 의총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지도부 차원에서 정확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고 관망하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거국내각을 전면에 내세우기 전에 '선(先)진상규명'이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거국내각 논의를 띄워 초점을 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1일 "진상규명을 우선으로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대권후보군의 입장을 당의 입장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의 발언과 당의 공식입장과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지도부의 입장은 거국내각을 추진해 수권정당화의 면모를 부각하느냐, 아니면 거국내각 구성으로 결과적으로 현 정권의 실정을 공동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냐에 대한 큰 틀의 전략적 판단이 서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야권 내부의 셈법이 복잡하다는 뜻이다. 야권에서 나오는 다양한 시각들의 교집합은 여권발(發) 거국내각 논의 거부다. 최씨 사태에 공동 책임이 있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는 취지다. 쇄신의 대상인 새누리당이 차기 총리로 특정 인사를 추천하는 행태 역시 이런 의미에서 말이 안 된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그 연장선에서 박 대통령이 일부 청와대 참모들을 내치고도 민정수석만을 먼저 임명한 것은 검찰 수사를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꼼수'가 여권발 거국내각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전 대표의 언급을 둘러싸고도 전선(戰線)이 형성됐다. 문 전 대표는 전날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국회에 총리 추천 요청→총리 제청으로 내각 구성'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한 뒤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말을 두고 '사실상 하야' '권력이양' 주장이라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YTN 라디오에서 "문 전 대표는 마치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착각하며 이런 말을 하지 않았는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문 전 대표의 정권 이양 요구에 반대한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통령 하야하라는 얘기를 왜 이렇게 어렵게 돌려서 얘기하느냐"고 논란에 가세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 설명은 이와 다르다. 한 핵심관계자는 "정권 이양 해석은 너무 나갔다"고 경계했다. 그는 "야당에 전권을 넘기라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여야 모두 수용할 인사로 내각이 구성돼야 하고, '새누리당 건의, 박 대통령 수용' 형식이 아니라 야당이 충분히 납득할 인사로 국회에서 공론화하고 이를 대통령이 수용하는 형식이 좋겠다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여야와 국민이 납득할 총리를 임명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에게 "국민은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 않느냐. 우리 야권은 그런 상황만큼은 피하고, 정치적으로 성숙된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충정에서 내놓은 게 거국중립내각"이라며 '하야'와 선을 그었다. 전날 SNS 글을 통해 "문 전 대표가 처음 거국내각을 말했을 때 저는 그것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우회적으로 문 전 대표를 비판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대전 한밭대에서의 '청춘 토크 콘서트'에서도 "정당이 모여 장관 자리를 나눠 갖는 거국중립내각은 권력 나눠먹기로 보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섭단체인 3개 정당이 합의로 총리를 세운 뒤 총리가 헌법에 따라 각료를 추천하면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면 된다"고 말했다. 거국중립내각 논의가 개헌파를 둘러싼 계파 간 전선을 형성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여권에서 거론되는 총리 후보군이 개헌파라는 공통분모가 있고, 이들이 총리가 될 경우 야당 인사 총리라는 명분과 함께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들에게 불리한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이 추진될 수 있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야권의 이런 모습들에 대해 “새누리당도 문제지만 문재인 전대표는 무슨 점령군같고 대통령이 된 듯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다. 이런 위기상황에 그런 무책임한 발언들, 그러고서도 무슨 국정을 운영할 수권능력이 있나? 야권이 좀 더 책임있고 성숙한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정권재창출은 요원하다”라며 꼬집고 있다.
이기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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