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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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작성일16-12-09 20:35 조회1,397회 댓글0건본문
무너지는 친박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선인 200표보다 34표 많은 결과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친박근혜계)는 예상을 훌쩍 넘어서는 찬성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는 사안의 중대함을 의식한 듯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출석했다. 34분 동안 무기명으로 진행된 표결에는 299명이 참여했다. 당별로 새누리당 128명(총 129명), 더불어민주당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무소속 의원 6명이 투표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본회의장에 출석했지만 투표하지 않았다. 표결에서는 찬성표 외에 반대 56표, 기권(표결에 참여했지만 '가·부' 표시를 하지 않음) 2표, 무효 7표('가·부' 동시표시 등)가 나왔다.
표결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에서 최소 6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내 비박계(비박근혜계)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참여 의원 35명을 넘어서는 숫자다. 친박 진영에 탄핵 찬성 의사를 감췄던 '숨은 탄핵파'가 20명 이상 있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숨은 탄핵파'의 존재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어느 정도 감지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경환 의원이 호소문을 전달하며 마지막 설득에 나섰지만 분위기가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전해듣고 허원제 정무수석이 친박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안 반대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 투표 후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최 의원이 투표에 불참한 것도 당내의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안 처리는 탄핵 가능성이 제기될 때부터 수싸움이었다. 야3당 의원과 무소속의원이 172명(더불어민주당 121명·국민의당 38명·정의당 6명·무소속 6명)으로 가결선인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에서 28석 이상의 새누리당 찬성표를 확보하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비박계의 입장이나 친박계의 표결 불참 가능성 등을 볼 때 민주당이 탄핵안 표결 1차 'D데이'로 계획했던 지난 2일만 해도 가결선인 200석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야권 일각에서 "부결을 각오하고 밀어붙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분위기를 돌린 것은 민심이었다. 지난 3일 전국적으로 230만명 이상이 몰린 촛불민심을 확인한 새누리당 비박진영이 전격적으로 마음을 돌렸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역할을 맡은 황영철 의원이 "새누리당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 35명을 확보했다"고 밝힌 게 지난 주말 촛불집회 이후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탄핵 대열에 대거 동참한 데는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민심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드러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혐의에 대한 실망감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표결 사흘 전인 지난 6일 박 대통령이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동안 강남 유명 미용사를 청와대로 불러 머리손질을 하느라 구조 골든타임을 흘려보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친박계의 찬성표가 늘어난 이유로 지적된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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