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혈세 ‘펑펑’ 이런 국감 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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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찬 작성일15-09-23 14:49 조회1,731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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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혈세 33억 투입… 외통위는 여비만 13억
19대 국회가 지난 3년간 국정감사 경비로 총 33억7675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매년 600∼700여 개 피감기관이 국감 준비로 지출하는 예산, 민관 관계자들이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 등까지 합치면 매년 국감으로 수백억 원이 사용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막대한 ‘혈세’가 투입됨에도 ‘고(高)비용 저(低)효율’ 국감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피감기관 수가 역대 최대치인 779개를 기록할 만큼 국감의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국감 비용 중에는 영수증이 필요없는 경비도 상당액에 달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9대 국회 첫해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국감 경비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국회가 지출한 공식 국감 비용은 33억7675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 해 평균 국감 기간이 14∼15일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7000만∼8000만 원을 지출한 셈이다. 2012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제외)은 13일간 9억9437만 원, 2013년은 14일간 12억3754만 원, 2014년은 14일간 11억4483만 원을 집행했다. 국감 경비 중에는 영수증이 필요 없는 ‘눈먼 돈’ 특정업무경비도 포함된다.
특정업무비를 포함한 직무수행경비는 전체 국감 경비 중 23%인 7억7457만 원을 차지했다. 공식으로 집계되지 않지만 각 피감기관이 지출하는 국감 비용도 결국 국민 혈세에서 나온다는 지적이다. 가장 ‘비싼’ 국감을 치르는 상임위원회는 외교통일위원회로 나타났다. 해외 국감에 따른 여비 지출 때문이었다. 외통위는 최근 3년 국회 국감 전체 비용의 약 38%인 총 12억9823만 원을 집행했다. 하지만 외통위의 해외 국감 내용은 초라했다. 지난해 26개 재외공관에서 치러진 해외 국감을 분석한 결과, 감사 시간(정회 시간 제외)이 3시간을 넘긴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지난해 10월 14일 아·중동반의 주요르단 대사관 국감은 1시간 15분 만에 끝이 났다. 주네팔 대사관의 경우 10년간 딱 한 번 감사를 받았지만 1시간 54분 만에 종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 안행위 국감, 막말-퇴장에 정책은 실종
“김문기 증인 채택을 반대하고 계시니 사학 비리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텐데 감수하겠느냐는 겁니다!”(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 “여당 신청에 야당이 반대하기도 하고, 야당 신청에 여당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어 협상 진행 중입니다. (증인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잖아요!”(새누리당 신성범 의원)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2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오후 감사가 재개되자마자 증인 요청을 놓고 다시 회의장이 시끌벅적해졌다. 몇 달째 교문위 야당 의원들의 표적이 된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의 증인 재요청을 둘러싼 소란이었다.
국감 첫날인 10일 같은 문제를 놓고 벌였던 설전이 그대로 되풀이된 것이다. 피감기관장 11명은 20분간 이 장면을 바라만 봤다. 이날 새정치연합 탈당을 선언한 박주선 교문위원장은 “빨리 협상하러 나가라”며 여야 간사를 회의장 밖으로 내보냈다. 10일 시작한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3일로 1차 일정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전반부 국감은 ‘낙제점’이라는 평가가 많다. 4년간 의정활동의 결실을 맺는 장이 되기는커녕 내년 총선을 앞둔 힘겨루기와 정쟁으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증인 채택을 둘러싼 ‘갑질’이 난무하는 탓이다.
올해 국감의 구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두 상임위는 나라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와 정부 조직권을 행사하는 행정자치부 등 이른바 ‘부처 위의 부처’를 맡고 있다. 14, 15일 기재위의 기재부 국감은 ‘막말’의 향연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작심한 듯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재벌 하수인’, ‘경제를 망친 주범’, ‘수출을 꼴아 박았다’ 등 감정 섞인 발언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이 “아프리카 국가도 아니고 창피해서 함께 앉아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가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행위는 정종섭 행자부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 논란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10일에는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며 반쪽 국감이 됐다. 18일 다시 열렸지만 같은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고성과 막말이 오가며 ‘2차 파행’으로 이어졌다. 정 장관의 선거법 위반 논란은 중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행자부의 1년 운영을 들여다볼 의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다른 상임위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정감사NGO모니터단에 따르면 17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26개 기관에 대한 감사는 오후 5시도 되지 않아 끝났다. 18일 교문위의 국감에서는 피감기관 25곳 중 9곳이 단 한 건의 질의도 받지 못했다.
국감이 별다른 이슈도 만들지 못한 채 정쟁만 거듭되거나 맥 빠지게 진행되다 보니 국감을 진두지휘하는 원내지도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의욕은 앞섰는데 현실적으로 2% 부족했다”며 “내년에 총선이 있고 당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한다니까 국감 도중 의원들이 자리를 뜨는 경우가 잦았다”고 말했다. 지역구를 챙기다 보니 국감이 되레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의원들이 보여주기를 위한 ‘한 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인기를 끌진 몰라도 깊이 있고 대안을 내놓는 정책 국감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 내부 문제가 자꾸 불거진 점이 아쉽다”고 했다. 당 내분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국정감사에 소홀했다는 자성이다. 그는 “(내분 문제에) 저도 책임이 있고, 원내대표로서 죄송하고 아쉽다”면서도 “정부의 고압적인 자세와 비협조, 그리고 행정부 견제라는 역할을 포기한 여당으로 인해 야당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한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2차 국감은 추석 직후인 10월 1∼8일 열린다. 총선 선거구 획정 등까지 맞물려 의원들의 집중도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엄원지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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