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 회의'가 주목된 이유- 대우조선해양 책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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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작성일16-07-05 09:55 조회1,275회 댓글0건본문
'서별관 회의'가 주목된 이유- 대우조선해양 책임 문제
4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밀실 회의’ ‘유령 회의’로 규정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회의에서 경제 분야 핵심 당국자들이 모여 국가 경제를 좌우할 중요 정책을 결정하면서도 회의록조차 남겨두지 않은 불투명성을 집중 질타했다. 그러나 황교안 국무총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은 서별관 회의는 “정책 결정이 아닌 협의를 위한 회의라 문제될 것 없다”며 맞섰다.
실제 서별관 회의는 야당이 여당시절에도 존재해 왔다. 하지만 지금 서별관회의가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문제와 엄청난 국민분노를 일으킨 비리 문제의 한 핵심요인으로 산업은행과의 문제, 결정을 지시한 고위관료들의 책임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야당은 당연히 지적해야 하지만 야당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혈세 문제가 직결되고 있으므로 거의 국민전체의 시각으로 주목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유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 등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왜 회의록 하나 없이 밀실 논의를 하느냐”며 “서별관 회의가 회의록 작성 없이 이뤄지는 것은 불법”이라고 따졌다.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을 구성원으로 운영하는 회의는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는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18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그 동안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부터 실행 방안까지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는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서별관회의 같은 밀실 정책 결정 과정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더민주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서별관 회의에서 작성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지원방안’ 문건을 공개하며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대우조선의 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분식회계 문제를 인지하고 집중 토론을 벌였지만, 특별감리 착수 등의 대응 방안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관련 기관 임직원에 대한 면책 결정을 내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밀실에서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으로 지목됐던 청와대 서별관 회의의 실체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홍의원의 자료는 지난 2015년 10월 22일 서별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서별관 회의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여하는 비공식 장관 협의체다. 회의가 청와대 본관 서쪽에 위치한 회의용 건물인 서(西)별관에서 진행돼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 그간 서별관 회의에 참석했던 장관들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을 알면서도 4조2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는 논란에 시달려왔다.
이날 홍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보면 회의 참석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지원 방안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서별관회의에서는 주요 현안을 결정하지 않으며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비공식적인 모임에 불과하다고 해명해왔다.
문건에는 "5조 원 이상의 부실이 현재화돼 사실관계규명을 위한 감리가 필요하다", "금감원이 그간 자발적 소명 기회를 부여했으나 회사는 소명 자료 제출에 소극적" 등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리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문건에는 동시에 "정상화 방안 발표 이후 진행상황을 감안해 금감원이 대우조선감리 개시 여부를 결정하여 추진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관련 홍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 의혹을 인지하였음에도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지원 방안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대우조선해양 주요 책임자들의 면책보장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으로서 대우조선해양이 사전한도 증액을 요청할 때마다 제대로 된 확인 과정 없이 돈을 내줬으며, 수출입은행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해양생산설비)를 수주할 때 보증 위험에 대한 검토 없이 보증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회의 자료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무역보험공사, 시중은행 등 관련기관 임직원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이에 홍 의원은 "정부는 자신들이 서별관 회의에서 구조조정방안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국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서별관회의 결과로 면책 규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이는 향후 구조조정 상황이 더 악화돼 국민의 부담이 가중된다 해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국회에서 홍 의원과 마주선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서별관 회의 자료를 인정하지 않았다. 홍 의원이 서별관 회의 자료의 표지를 보여주고 해당 자료를 아는지 묻자 임 위원장은 "처음 본다"며 "해당 자료의 출처를 모르며 서별관 회의의 것과 일치하는지도 알 수 없다"고 부정했다.
이 같은 답변에 홍 의원은 "당시 이 회의 자료로 6명의 장관급 인사와 논의를 한 것이 아니냐"며 "이것이 금융위 자료라고 밝혀지면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몰아세웠다. 이 같은 공세에 임 위원장은 "형식 자체는 동일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며 "내용을 보여주면 확인해보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홍 의원이 PPT로 회의 자료를 보여주고 나서야 "대우조선해양의 최종실사를 바탕으로 (자료를) 만들어 관계기관과 협의했다"며 "서별관 회의에 논의 안건으로 가지고 갔다"고 인정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비공개 회의를 진행해도 회의록은 남겨야 하지 않느냐고 다그쳤다. 그는 "(회의록이 없어) 전임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숨었다"며 "국민의 혈세가 10조 원이나 들어가는데 정책 결정과정은 없다"고 개탄했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도 비공개로 회의를 했었지만 회의 자료가 다 있다"며 "자료를 공개하기 어렵다면 1, 2, 3 등급으로 나누어 일정기간동안 대외비로 묶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판에 임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를 하지 말라고 하면 관계부처와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록 (작성)은 관련 법규를 따져볼 것"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전임 최 부총리는 떠났고 이제 임 위원장만 남았다"며 "그리고 정부는 산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조선․해운업의 부실화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황 총리를 상대로 “법적 근거도 없이 운영되고 실제 결정된 사항들이 정부 정책에 비밀리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 불법적 인사 개입도 확인되고 있는 서별관 회의에 대해 총리실 차원의 감찰을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황 총리는 “합법적이고 필요한 협의를 한 것이지만 (감찰 여부를) 살펴보겠다”고만 했다. 유 경제부총리는 “서별관 회의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회의록은 없다”며 “관련 법령을 검토해 꼭 필요하다면 회의록을 작성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임종룡 위원장은 “(정책 결정이 잘못돼) 책임지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권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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