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 ‘괴물’과 ‘Me too’ 운동, 네티즌들 괴물에 충격, 문단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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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사회,문화팀 작성일 18-02-09 16:24본문
최영미 시 ‘괴물’과 ‘Me too’ 운동, 네티즌들 괴물에 충격,
문단에 실망
문단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며 다수 문인들의 이름이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그 중 일부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기도, 흐지부지 흘러가버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지난해 12월 발행된 ‘황해문학’의 겨울호를 통해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다시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최영미 시인이 적은 시의 제목은 ‘괴물’이다.
최영미 시인
일각에서는 이 시 속 성폭력 가해자 ‘En’이 한 원로 시인을 가리킨다며 추측을 제기했지만, 정작 저자 최영미 시인은 “En은 특정 한 사람이 아니다. 창작활동을 하다보면 사실에 바탕을 뒀더라도 과장되거나 다른 생각들이 덧붙여진다. 성희롱, 성추행을 한 사람은 한 두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은 한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희롱, 성추행 한 사람은 한두명이 아니라 수십명이었다. 그런 문화를 방조하고 묵인하는 분위기였다“며 90년대 초반 문단 내 분위기를 곱씹기도 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종의 ‘도제 제도가’ 남아있는 문단의 분위기상 성폭력에 대해서 암묵적으로 침묵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이 문학계의 일반적인 평이다.
일각에서는 문학을 하는 이들이 활자 뒤에서 추악한 모습을 보이고 이에 대해 침묵해왔다는 것에 충격을 표하는가 하면, 최영미 시인이 내놓은 시를 통한 폭로가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MeToo’캠페인의 일환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하고 있다. 한편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을 접한 이들은 이 시가 현 문학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의 현주소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보이고 있다며, 문단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최영미 시인의 시에 나오는 괴물은 네테즌들 사이에서 고은 시인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고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고은 시인의 시(詩)를 교과서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 맹비난 했다. 8일 유승민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현직 여검사의 고발에 이어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고발했다”며 “이런 사람이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니 대한민국 수치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은 시인의 시를 국정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학계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 문인이 여성 문인이나 신인 문인에게 성추행·성폭행을 가한 것이 광범위하다면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자들이 인간 자격이 없고 존엄이나 양식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괴물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추적사건25시 사회, 문화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