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기금, 무엇이 문제인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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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4-20 22:14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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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 정책으로 개인 85만 명이 채무조정을 받았다. 정부 정책은 계속 확대돼 내년에는 구제 대상이 90만 명을 넘고, 내후년에는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빚 탕감’에도 서민들은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에 따른 고용 악화 등으로 여전히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 등 서민금융 지원은 확대될 예정이어서 도덕적 해이 우려와 함께 대다수 서민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캠코, 신용회복위원회 등 각종 기관을 통해 우리국민중 85만명의 개인 채무를 줄여주었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60만~70만 명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행복기금을 포함한 서민구제지원사업이 생각보다 잘 진행돼 수혜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에는 한국장학재단 채권매입을 통한 대학생 구제 등 대상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말 시작된 행복기금의 경우 11월까지 26만4362명이 신청했고 23만1622명이 지원을 받았다. 연말까지는 지원받는 사람이 1만여 명 정도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행복기금의 또 다른 형태인 저금리 대환 대출 ‘바꿔드림론’은 올해 들어 지난 11월까지 5만2940명이 혜택을 봤다. ‘서민금융 3종 세트’인 미소금융(2만9191건), 햇살론(19만8578건), 새희망홀씨(17만2239건)의 저리 대출을 통한 채무 조정 수혜자만 올해 들어 11월까지 40만 명에 달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과 개인워크아웃도 대상이 확대되면서 수혜자가 올해 말까지 9만7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보증기금의 지원도 연말까지 1만 명이 예상된다.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 지원을 위한 은행권 자체 프리워크아웃과 경매 유예제도 활성화로 하우스푸어 2만여 가구가 지원을 받았다. 주택금융공사의 채무정리 특별 캠페인으로 2694명이 혜택을 봤다. 기술보증기금의 ‘재도전 기업주 재기 지원보증’도 74개사에 달했다.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 도산한 중소기업의 연대보증 채무 조정도 올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정부는 1125명의 연체 정보 등 불이익 정보를 삭제했고 140명은 개별 채무 조정을 해주었다. 내년에 정부의 서민 구제는 올해보다 확대돼 93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행복기금의 경우 한국장학재단 채권매입을 통한 대학생 5만5000명, 민간배드뱅크 33만 명 등 대상자가 38만5000명이나 늘게 된다. 신용회복위의 사전채무조정 및 개인워크아웃은 10만 명, 기술보증기금의 재도전 기업주 지원보증은 90개사로 확대된다. 신용보증기금은 내년에 지원 대상을 1만1천명으로 늘린다.
서민금융 확대, 그러나 서민은 여전히 빚
정부의 서민금융에 대한 지원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은 여전히 빚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불황으로 고용 환경이 나빠져 일자리를 잃으면서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거나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지난 10월 정부가 파악한 금융채무연체자만 351만 명,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 이상이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쓴 뒤 갚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중에는 채무조정 등 금융지원만으로는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서민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기 불황에 고용 상황이 악화되면서 아무런 수입이 없이 빚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대부분은 더 이상 은행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해 제2, 제3 금융권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이에 원금에 이자까지 계속 늘어나면서 불법 채권 추심으로 고통받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13 가계금융·복지조사’에도 서민 가구의 부채는 잘나타난다.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5818만원으로 지난해조사보다 6.8%증가했다.
저소득층의 빚이 지난 한 해 동안 25% 가까이 늘었고, 재무건전성도 나빠져 서민의 살림살이가 한층 더 어려워졌다. 특히, 소득이 하위 20%인 저소득 계층의 부채가 많이 늘면서 고금리 대출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빚을 진 10가구 중 4가구는 만기내 상환이 불가능하거나 영영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장기 연체자의 채무를 낮춰 자활 의지를 북돋우고 이를 통해 구직까지 연결해 경제의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채무조정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정부가 채무의 일부를 변제해 주는 셈이어서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불감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 제기된다.
갚을 능력이 되는데도 고의적인 장기 연체를 통해 다시 채무조정을 받으려고 할 수도 있고, 자신의 재산은 ‘은닉’하는 얌체짓을 할 수도 있다. 앞으로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이른바 ‘버티기 채무자’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실제로 올해 미소금융의 연체율은 7%를 넘고, 햇살론 연체율은 10%에 육박하는 등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역차별의 문제도 있다. 빚을 갚기 버겁지만 없는 살림으로 원금을 꼬박꼬박 갚아나가는 성실 상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다. 신제윤 위원장은 12월23일 열린 서민금융의 날 행사에서 국민행복기금 등 개인 채무조정에 대해 “시행 초기의 ‘도덕적 해이’ 우려가 불식되고, 취약계층의 자활을 위한 의미있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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