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 주식시대---탈세-위조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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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5-21 17:33본문
디지털 주식시대…탈세·위조 사라진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모회사의 N회장은 부친 사망 후 부친이 직원 이름으로 보유하던 자사주식에서 발생한 배당금을 수령해 사용하면서 상속세 40여억원을 포탈하다가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또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간부는 대주주가 사망하자 실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 250억원 어치를 몰래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종이로 된 증권이 발행돼 유통되면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탈세를 비롯해 위조, 횡령 등의 범죄 행위가 더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종이증권을 대신해 이르면 2019년까지 전자증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증권, "탈세·위조 꼼짝마“
전자증권 제도는 증권발행 및 보관 비용 감소라는 직접적인 효과는 물론 장기적으로 탈세·분실·위조 방지 등을 통해 증권 거래의 투명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자본시장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유통되던 종이 증권의 원활한 발행과 유통을 위해 1974년부터 증권예탁제도를 도입, 안정적인 증권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증권예탁제는 증권을 예탁기관에 보관해 부동화(immobilization)시키고 당사자 계좌간 대체를 통해 증권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예탁제도는 기본적으로 실물증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물증권의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탁을 하려면 먼저 실물증권이 발행(인쇄)돼야 하며, 예탁된 이후에도 소유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증권을 실물로 되돌려받아 유통시킬 수 있어 탈세, 횡령, 위조 등에 노출될 위험이 컸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실물증권 제조·교부·보관 등 직접비용뿐만 아니라 주주명부 작성, 명의개서 등 실물증권 발행에 따른 간접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5년간 총 4천352억원의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운용비용 2천458억원, 위험비용 1천713억원, 기회비용 181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증권이 전산화돼 관리되므로 분실 또는 위조 위험도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주식 525억원, 채권 707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246억원, 기업어음(CP) 151억원어치가 위조되거나 분실됐다. 증권업계는 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면 연간 한 두 차례 발생하는 위조 증권 사고가 원천 차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증여 등 거래정보가 실시간으로 전산관리되므로 음성 거래 등 탈세 목적의 거래가 방지되고 특정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했을 때 공시해야 하는 '5% 보유공시'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증권이 도입되면 비상장주식의 실제 주주 확인이 쉽고 실물증권 인수도에 따른 위험을 감소시켜 다양한 온라인 장외거래 플랫폼의 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증권의 발행과 유통 정보를 적시에 확인하고 가공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3년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전자증권 제도를 시행한 이후 주요국가가 이 제도를 대부분 도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 독일,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31개국이 전자증권제를 도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자증권제 도입으로 일반 투자자가 느끼는 변화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상장 주식의 90% 이상이 예탁돼 있는 만큼, 사실상 '무권화'(無券化)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자증권제도가 증권업의 '금융실명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증권 거래의 투명성은 강화될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세계적으로 이미 전자 발행이 대세인 데다, 투자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전재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