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노미네이션’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만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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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경제팀 작성일 16-06-24 21:13본문
‘리디노미네이션’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만 화두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 최근 화폐 단위 변경을 의미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다시 화두로 등장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이란 예를 들어 5만원(50000원)권의 경우 '000'을 없애고 50으로 표기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출신인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화폐 단위가 너무 커 사회적 비용이 크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댕겼다. 사실상의 화폐개혁을 의미하는 리디노미네이션설까지 급부상하면서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트렌드도 변화할 조짐이다. 화폐개혁이 원화 가치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최근에 연 2.39% 확정 금리를 지급하는 달러 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평균적으로 20만달러씩은 가입한다"고 귀띔했다. 강남 부자들 가운데 만약을 대비해 대여금고에 5000만원 정도는 보관하고 있지만 조금씩 달러 자산으로 바꾸는 일이 잦아졌다. 게다가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거품이라고 판단해 일부 처분했던 슈퍼리치들도 다시 부동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물 자산이 그래도 최고라는 판단에서다.
최근 들어 리디노미네이션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가 쓰는 화폐 단위가 비현실적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 화폐개혁을 단행한 1962년 당시 명목 국내총생산은 3650억8100만원. 50여 년이 지난 2015년 현재는 4260배 넘게 성장했다.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물가도 당시보다 엄청 올랐지만 화폐 단위는 반세기 전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에서는 이미 리디노미네이션을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전문점 등에서 '아메리카노 2.5, 카페라테 3'이라고 적힌 메뉴판이나 '배송비 포함 3.5에 팝니다' 등 '천(千)' 단위를 뺀 금액을 적은 문구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일반 커피숍에서는 0을 100대1,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1000대1로 줄여서 표기하는 것이 흔하다. 일상생활에서 100원 단위 미만 거래가 줄어들다 보니 0을 여러 번 쓰는 게 번거롭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의 원어민 영어 강사인 제이슨 치초폴로스 씨(29)는 "호주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받은 월급이 '밀리언 원(million won·100만원)'이 넘는다고 말하면 친구들이 내게 엄청난 고연봉이라고 말한다"고 웃었다. 국내에서 원화로 월급을 받고 있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무용담이다.
화폐 단위가 너무 크다는 지적은 2004년 전후에 처음 나왔다. 참여정부 초기 당시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주장했다. 하지만 물가 불안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재 화폐개혁 주장이 설득력 있는 것은 저성장·저물가 흐름 기조가 이어지면서 물가 부담이 없고, 국격에 맞지 않으며,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