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없는 '빚지옥', 캐피털사, 대부업체 횡포심각
페이지 정보
작성자강용근 작성일 15-11-09 19:06본문
빛 없는 '빚지옥', 캐피털사, 대부업체 횡포심각
캐피털사와 대부업체들은 가정주부까지 보증인으로 세우게 만들어 돈을 빌려준다. 그러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당사자가 파산절차를 밟으려 하자 매일 전화와 문자로 협박하며 집요하게 파산을 막고 있다. 대부업체들이 가정주부라도 보증인으로 세우게 하는 것은 보증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상환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보증인이 있으면 채무자가 보증인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 때문에 연체율이 확실히 더 낮다”며 “대부업체 이용고객들은 신용등급이 워낙 낮으니 부실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증인이라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보증인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보증대출은 불법이 아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은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를 통해 보증대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부업체는 지방자치단체 관할이어서 사실상 무풍지대다. 내년 7월부터 대형 대부업체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대상에 편입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보증대출마저 전면 금지하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이 돈 빌릴 수 있는 창구가 제도권에서 완전히 막혀 버리는 문제가 있어 검토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빌려주고 비싼 이자를 받는 것을 해외에서는 ‘약탈적 대출’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약탈적 대출을 금지하는 법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업주부, 사회초년생 등이 오히려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군 장병까지 손을 뻗쳐 ‘충성론’, ‘장병론’까지 등장했다. 여성, 신입사원, 군인 등은 생활비나 자녀 학원비, 때로는 유흥비 등이 필요하지만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환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에게 이들 금융취약층은 넘쳐나는 수요에도 공급이 막힌 ‘블루오션’으로 여길 법하다.
9일 금융감독원이 황주홍 의원에게 제출한 ‘연령별·성별 대부업체 대출 추이’ 자료에 따르면 29세 이하의 대부업체 대출액은 2012년 6월 8800억원에서 2014년 말 9454억원으로 늘었다. ‘미즈사랑’, ‘줌마렐라’ 등 여성들을 집중 공략하는 상품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면서 12개 대부업체(개인신용대출 기준 상위 10개 업체+여성대출상품 TV광고 2개 업체)의 여성이용률(건수 기준)도 2012년 41.8%에서 2013년 43.5%, 2014년 48.1%, 올 상반기 50.1%로 증가추세다. 대부액도 2012년 7558억200만원에서 2013년 1조204억6500만원, 2014년 1조2619억2000만원으로 불과 3년 사이 67%나 늘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부나 사회초년생들은 경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취약해서 ‘남편에게 알린다’거나 ‘회사에 찾아가겠다’고 하면 무서워서 더 비싼 이자로 빚을 내서라도 갚는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기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빚을 못 갚으면 사기죄가 된다. 그러니 감옥에 갈까봐 고리대금이라도 빌려 쓰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태에 이르기도 한다”며 “(채무자가) 갚을 능력 없는 것을 알면서도 (금융사가) 돈을 빌려주는 것 자체가 범죄의 원인을 구성한다”고 지적했다.
강용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