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이란 강경보수파 자극"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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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6-01-11 14:51본문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핵협상 타결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단념하고 보다 온건한 노선으로 전환하기를 바랐지만 기대와 달리 강경 보수파를 자극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핵 합의 이후 이란에서 개방에 우호적인 세력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는 등 강경파들의 체제 단속 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핵협상 타결 이후 온건파나 개방에 찬성하는 친서방 인사, 문화계 인사 등이 혁명수비대 등 당국에 잇따라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명 영화감독인 케이완 카리미가 이란 예술가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 중 시아파 성직자를 모욕하는 등 신성모독을 저지른 혐의로 징역 7년과 채찍형 200대를 선고받았다. 이란 당국은 같은 달 파테메흐 에크테사리와 메흐디 무사비 등 시인 2명에게 다른 성별의 사람과 악수를 하고 입을 맞춘 혐의를 적용, 10년 안팎의 징역형과 채찍형 99년을 선고했다. 비슷한 시기 이란계 미국인 유명 사업가로 서방 등 외국 기업을 상대로 투자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시아막 나마지가 별다른 혐의 없이 혁명수비대에 체포되는 등 외국계 회사와 연관된 사업가 여럿이 조사를 받았다.
이밖에 지난해 11월에는 간첩 혐의로 이란 당국에 붙잡힌 미국 워싱턴포스트(WP) 테헤란 주재 특파원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보수파의 핵심 세력으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직속 관할의 정예부대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당시 개혁파 언론인과 문화·경제계 인사 체포가 잇따르자 "마구잡이 체포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강경파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갈등과 맞물려 로하니 대통령 등 온건파들의 입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서방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 해제 역시 온건파보다는 강경파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WSJ은 제재 대상 명단에 올랐던 기업의 상당수가 군·종교계 재단 계열이어서 1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제재 해제 효과의 '과실'이 궁극적으로는 강경 보수파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이란 개혁·온건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강경파들이 내달 26일 총선 및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원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총선에 출마하는 개혁파 의원의 수를 제한하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