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바닥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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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경제팀 작성일 16-03-12 05:40본문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바닥 드러내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현지시간)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금융시장은 증시 하락과 유로화 가치 급등이라는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경기부양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함께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ECB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로 낮추고 시중에 돈을 푸는 효과를 내는 양적 완화 규모도 이전보다 30% 늘린 월 800억유로로 확대했다.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예치금리도 연 -0.4%로 떨어뜨렸다.
드라기 총재가 “우리의 총알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호언장담한 내용이었고, 당초의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발표 직후 30분 만에 유로화 가치는 전날보다 1.3% 하락했고, 유럽 증시의 대표지수인 유로스톡스는 2.1% 급등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드라기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신호로 주식, 채권, 외환시장은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ECB 회의 후 3%가 넘는 급등세를 보인 독일 닥스(DAX)지수는 이날 2.3% 하락세로 마감했다. 독일 국채(분트) 10년물 금리도 초반에는 연 0.16%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연 0.31%로 반등했다.
유로화 가치는 이날 1.120달러까지 올랐다. 최근 3주 사이 최고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로화 약세를 통한 수출 확대와 소비자물가 상승 등 경기부양을 기대했던 ECB의 예측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금융시장의 반응에 대해 ECB 정책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넘어 향후 ECB의 추가 정책수단(탄환)마저 바닥을 드러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11일 유럽 증시는 다시 반등하며 낙폭을 줄였다. 독일 닥스지수는 오후 2시30분 현재 9798.79로 전일 종가보다 3.17% 올랐다. 하지만 ECB의 경기부양책 발표일인 10일 개장 시점보다 겨우 0.7% 올랐을 뿐이다. 유로화 가치는 11일 약간 하락했지만 오후 2시30분까지도 전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1월 말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한 뒤 엔화 강세와 주가 하락이라는 역풍을 맞은 일본은행도 ECB의 통화정책이 먹히지 않으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11일 “다른 나라의 정책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 효과는 중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서도 판단 오류를 지적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14~15일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도 물가 목표와 정책 의지를 재확인하는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전문가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더욱 낮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ECB의 금리 인하 효과를 보고 추가 양적 완화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이 계속해서 마이너스 금리에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면 일본은행이 ECB를 뒤따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로 중앙은행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서 시장신뢰마저 잃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너스 금리가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면서 금융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를 키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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