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구조조정, 본말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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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경제팀 작성일 16-05-23 14:43본문
조선업 구조조정, 본말전도
조선업 구조조정이 부실회사의 설비·인력감축 등 공급과잉과 고비용 구조 해소가 아닌 대주주의 증자나 사재 출연 등을 압박하는 ‘책임 떠넘기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채비율 6000%를 넘는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49%를 가진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그동안의 관리 부실에 대해 자기 책임은 묻지 않고, 주채권은행이라는 이유로 삼성중공업 대주주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처럼 ‘감 놔라 배 놔라’ 식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은 구조조정의 본말을 전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6638%인 반면,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각각 254%, 218%로 정상 수준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선 3사가 모두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가운데, 채권단과 정부가 ‘대주주 책임론’을 제기하며 삼성그룹 등에 증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현대중공업 노조는 희망퇴직 등을 거부하며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대주주 증자 등을 요구하는 것은 막대한 공적자금을 쏟아 부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대한 책임론을 희석하면서, 글로벌 업황 침체에 대응해 자율 구조조정을 실시해 온 정상기업에도 엄청난 경영 부실이 있었던 것처럼 호도해 자신들의 부담을 덜려는 일종의 물타기”라고 지적한다. 대주주 사재출연이나 감자 등을 통한 지분 소각 등은 부실기업의 경영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에게 요구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또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선행하지 않고 증자 등을 통해 ‘곳간’부터 채울 경우, 구조조정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과 구성원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사재 출연이라는 건 극한적인 상황에서 내려야 할 최후의 보루인데, 구조조정도 진행하지 않고 사재 출연을 압박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