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재수 해임건의안 놓고 갈지(之)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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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6-09-23 03:25본문
국민의당, 김재수 해임건의안 놓고 갈지(之)자 행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민다수의 뜻과 상관없이 흘러가고 있다. 여야 모두 다양한 경우의 수를 챙기며 끈을 바짝 조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2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장관 해임건의안과 관련해 “세 교섭단체가 의사일정에 대해 합의해주는 것이 좋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연히 국회법 절차에 따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23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 뒤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치열한 수읽기에 돌입했다. 국민의당이 해임동의안 제출에 동조했다가 막판에 철회하면서 변수가 많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야당 성향 무소속의원을 모두 더해도 132명이라 해임건의안 가결을 위한 최소 의원숫자 151명에 비해 부족하다. 국민의당 소속 38명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가결 여부가 결정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일제히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더민주는 만에 하나 본회의 표결을 강행함으로 인해 초래되는 정기국회 파행사태에 대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을 향해선 “성숙한 국정책임 의식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가 본회의장에서 당 소속 원내부대표단에게 “오늘 하루 국민의당에 잘 대해달라, 내일 국민의당이 부표(반대표)를 던져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도 오후에 국회를 찾아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는 소속 의원 전원에게 대기명령을 내리며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의 ‘번복’에 대해 “야 3당 원내대표 합의가 무산되는 것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 표가 소중한 만큼 영국을 방문 중인 가습기살균제특별조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23일 귀국 즉시 표결에 참여하기로 했다. 키를 쥔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복잡한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당은 그간 원구성과 추가경정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외연상 더민주와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나름의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근에는 더민주 내에서 야권통합과 후보단일화론이 재차 제기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의원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이번 기회에 더민주와 차별화된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해임건의안 반대파와 대여 공조전선에 복귀하자는 찬성파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아직 표결처리 등 이후 방침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자율 참석 및 자율 투표 가능성이 높지만, 본회의 전 열리는 의총에서 찬성으로 당론이 정해질 수도 있다. 물밑 협상을 통해 막판 극적 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이 세월호특조위 연장을 해임건의안 철회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여당이 이를 전격 수용해 해임건의안 표결까지 가지 않고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