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공천룰 논의 본격착수 신경전, 민경욱 표절 망신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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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2-25 19:18본문
새누리, 공천룰 논의 본격착수 신경전, 민경욱 표절 망신살
새누리당은 내년 4·13 총선 공천 기준을 마련하는 당 공천제도특별위원회가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어 공천룰 논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지난 22일 상견례를 겸한 '킥오프' 회의 이후 사실상 첫 회의다. 특위는 오는 26일과 27일에도 회의를 연다. 황진하 특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공천)룰,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을 룰, 당원들이 결집할 수 있는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역 의원의 일부를 경선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컷오프', 최근 당 지도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유력인사의 '험지차출'을 계기로 한 전략공천 논란과 우선추천·단수추천 제도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친박(친박근혜)계인 김재원 의원은 국민참여경선, 100% 여론조사, 단수추천, 우선추천 등 4가지 공천 방식이 현행 당헌·당규에 명시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헌·당규에 있는 사실을 없다고 하거나, 당헌·당규상 충분히 활용됐던 제도에 대해 문제 삼으면서 특위 활동 방식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현재의 상황은 자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략공천과 관련해 김태흠 의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제도가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상대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어떻게 선정하느냐"라며 "험지출마론은 곧 전략공천인데, 전략공천이 없다고 하면서 험지출마론을 얘기하니 국민들이 헷갈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지적은 김무성 대표가 험지 차출에 앞장서면서도 단수추천과 관련해 지난 23일 "전략공천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현역 의원 컷오프를 놓고 친박계와 비박(비박근혜)계 사이에 날선 신경전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구·경북(TK)이나 서울 강남 등 새누리당 '텃밭'에서 현역 의원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을 밑도는 경우 컷오프 대상이 돼야 한다는 '민감한 주장'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강석훈 의원은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고민해봐야 할 건 다 고민해 보자"며 "'아름다운 공천'이 목표가 아니라, 멋진 승리가 목표라면 우리가 검토해보지 못할 대안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컷오프를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는 당의 방침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인위적 물갈이'의 도구로 활용돼 특정 계파나 특정인을 겨냥한 '공천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비박계를 중심으로 나왔다. 한 비박계 특위 위원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해놓고 컷오프를 얘기하는 건 앞뒤가 안 맞다"며 "컷오프를 주장하는 의원이 먼저 컷오프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경욱, 출마선언문 표절논란 터져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에도 망신살이 터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 달라’고 말한 것이 엊그제인데 바로 박근혜 키즈라고 할 수 있는 인천 연수구에 출사표를 던진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출마선언문부터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민 전 대변인은 이날 출마선언문에서 “그 동안 저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라는 기본 명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하여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대목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신보수선언’으로 극찬 받았던 연설문에 등장하는 문구와 상당히 흡사하다. 유 전 원내대표는 당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제 자신에게 던집니다”라고 표현했다. 민 전 대변인은 또 출사표에서 “저는 삶의 무게에 신음하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 또한 유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에 등장하는 “저는 고통 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었다”는 대목과 유사하다.
유 전 원내대표의 슬로건인 ‘용감한 개혁’이 ‘용감한 도전’으로 바뀐 게 다를 뿐이다. 민 전 대변인이 언급한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이란’으로 시작하는 대목은 유 전 원내대표의 연설문 중 ‘제가 꿈꾸는 보수는’으로 시작하는 부분과도 겹친다. 민전대변인은 언론들이 지적하자마자 보좌진의 실수 라고 인정했지만 이미 그의 정치생명을 표현하는 정치호흡은 정지상태로 들어간 듯 보인다.
유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