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창당에 1억 자기돈 쓴 안철수, “아직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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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2-23 17:07본문
신당창당에 1억 자기돈 쓴 안철수, “아직은 글쎄?”
사람 가리는 버릇 없어진 안철수?
안철수 의원을 두고 최근 정치권에선 "안철수가 이번엔 진짜 달라지는 거냐"는 말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신뢰를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2012년 대선 후보직 포기, 2014년 옛 민주당과 통합한 일 등을 놓고서 "예측 불가능하다" "철수(撤收) 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간철수’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새정치민주연합 탈당8일 만에 신당 창당을 선언했고, 화법과 메시지도 분명해졌다. 안 의원 측은 "그만큼 소신과 신념이 정리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존 정치와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안 의원 측근들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한다. 그간 안 의원은 "스킨십이 부족하다" "자기 사람 귀한 줄 모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년 새정치연합 당대표 시절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 등을 치르면서도 윤장현 광주시장을 제외하고 안 의원 주변에서 공천을 받은 인사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안 의원과 멀어지거나 결별을 선언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랬던 안 의원이 최근에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측근들의 지역 행사에 참석해 손도 들어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엔 제가 돕겠다"는 말도 한다고 한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안 의원을 도와온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기 식구 챙기기'를 구(舊)정치로 생각했는데, 당에 들어가 여러 일을 겪어서인지 확실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 관계자는 "안 의원이 '계파 정치'를 타파하자고 해놓고 누굴 챙기는 일을 하는 건 이율배반적 행동 아니냐"고 했다. 안 의원이 21일, 내년 2월 초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히면서 문병호 의원 등 탈당파 4명과 손을 맞잡은 것을 두고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장면"이라는 말이 나왔다. 안 의원 측근은 "예전 같으면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식으로 갈라치기부터 했을 텐데 이제는 '나만 선(善)'이라는 관념을 깬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지난 대선 캠프에는 실무자로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안 의원이 내세웠던 '새정치' 이미지에 맞고, 도덕적 문제 등으로 결격사유가 없어야만 겨우 캠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안 의원이 주위 원성을 많이 샀다.
캠프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우리 쪽으로 넘어오겠다는 의사 타진도 했었지만,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해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이번에는 신당의 문을 열어 놨다. 이태규 신당추진단장도 "담을 높게 쳐서 (사람을) 받고 못 받고 할 건 아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는 호남 의원들과 함께 하면, 안 의원이 말한 '새 인물' 공천이 어렵지 않으냐는 시각도 있다. 탈당파 한 의원은 "안철수 신당에 합류한다고 전부 다 공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고민이 깊다"고 했다.
창당에 자기돈 1억 썼지만
안 의원이 돈 문제에 있어서도 변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과거 독자 신당 창당을 할 때, 사무실에서 영수증까지 다 볼 정도로 꼼꼼한 CEO형이었다"며 "자기 돈 써가면서 안 의원을 도운 측근들이 대부분인데, 한편에서는 참 인색하다는 평을 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작년 3월 갑자기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옛 민주당과 통합을 한 이유로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창당 자금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창당 과정에서 안 의원은 개인 돈으로 창당 작업 비용을 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사무실 대여료 등으로 1억원가량 낼 것이라고 한다. 한 관계자는 "교섭단체(현역 의원 20명 이상)를 꾸리게 되면 국가보조금(88억원)이 나오게 되지만, 안 되더라도 자기만의 정치를 하겠다는 굳은 의지"라고 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는 "사람 문제, 돈 문제는 새정치냐, 구정치냐는 구분법에서 백지 한 장 차이일 수 있다"며 "제대로 된 기준도 없이 안 의원이 너무 변한다면 '구정치와 다를 것 없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창당작업에 1억을 썼다는 것은 한마디로 “언발에 오줌누듯” 찔금 생색을 낸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창당작업에는 20-50억 정도 든다. 당장 프레스 부스만큼도 만들기에 돈이 들기 때문이다. 과연 이돈을 원내교섭단체 수의 현역의원들이 모여 충당할 것인가? 아니면 그리하도록 안의원이 좀 더 풍족하게 쓸것인가?는 아직 의문이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