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대책 4대 쟁점은...집값 잡기에 방점
페이지 정보
작성자경제팀 작성일 17-06-07 14:41본문
가계부채대책 4대 쟁점은...집값 잡기에 방점
문재인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관련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8월까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행정절차 등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이르면 다음달 중순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종합대책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환원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기 도입, 세제 강화 등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규제를 남발할 경우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급격한 규제 강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보다는 ‘집값 잡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과열 조짐인 주택시장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할 경우 정권 내내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꼬리표가 붙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LTV·DTI 정상화와 DSR 활용, 가계부채 총량제 등 문 대통령의 가계대출 공약도 뜯어보면 대출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에 중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집값 관리에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참여정부는 2003년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시작으로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양도세 중과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12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규제 남발은 오히려 불붙은 주택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2006년 한해만 서울 아파트 값이 23%나 뛰었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규제를 강화했다 역풍을 맞은 경험이 있어 이번 정부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가계소득 증대, 세제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이 담기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집값의 안정적 관리”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가격이 뛰자 청와대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청와대는 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부동산 안정화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LTV·DTI 완화조치가 이미 받은 수명을 다했다는 주장도 있다. LTV·DTI 규제 완화로 인해 충분한 효과를 본만큼, 과거 수준으로 환원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LTV·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내놓은 명분은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거래 활성화’였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 침체로 하우스푸어(내집 빈곤층)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2014년 8월부터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대출 만기나 주택가격에 따라 LTV 50∼60%를 적용했지만, 규제 완화를 통해 LTV가 70%로 일괄 상향 조정됐다. 수도권 6억원 초과 아파트의 LTV는 50%에서 70%로 상향조정되면서 가장 많은 혜택이 있었다. 서울은 DTI도 50%에서 60%로 완화됐다. 이러한 완화조치는 유효기간이 1년으로 두 차례의 재연장을 거쳐 올해 7월 말 효력이 끝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은 “LTV·DTI를 완화한 2014년 8월부터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거래 활성화를 통한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이라는 LTV·DTI 규제 완화의 소기 목표는 이미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피하기 위해선 LTV·DTI의 단계적 환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쏙 들어간 것은 대출 금리가 낮아진 영향도 있지만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허덕이던 차주들이 집을 팔고 나왔기 때문”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급격한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이었던 LTV·DTI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DTI·LTV를 일률적으로 환원하면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DTI·LTV를 환원하더라도 지역별, 차주별로 선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금융권도 이같은 방안을 금융당국을 통해 정부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를 미시적으로 분석해 문제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진단을 내놓아야 한다”며 “투기 수요를 막으려면 고소득자의 대출을 제한하는 LTV를, 취약가구의 부실을 방지하려면 DTI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DTI의 미시적 접근을 위해 대출자의 미래소득까지 감안해 대출액을 산정하는 신(新) DTI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DTI는 현재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지만, 신 DTI는 증가할 미래 소득까지 반영해 총소득을 잡는다. 현재의 소득이 아니라 최장 30~35년까지 예상되는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 액수를 결정한다. 현재 연봉이 낮은 신입사원이라도 나중에 승진했을 때를 감안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신DTI를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은행에서 이미 신 DTI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DTI와 LTV 평가 모델을 세분화해 실수요자와 서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자영업자는 자산가형과 생계형, 다중채무자는 은행 또는 비은행권 대출을 보유한 차주 등으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차주 특성과 대출 채널 등을 세밀하게 구분해 맞춤형 대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종합관리 대책에 DSR 규제 비율이 담길지 여부도 쟁점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차주의 대출 상환능력 평가 방식을 DTI에서DSR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대선공약집에도 ‘DTI 대신 DSR을 여신심사 지표로 활용한다’고 돼 있다. 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기준으로 대출 가능 한도를 정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등 다른 대출의 이자만 더해 대출한도를 계산하는 DTI보다 강화된 규제다.
금융위는 올해부터 2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부터 DSR을 은행권 대출심사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정부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1년가량 DSR 도입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DSR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되 적용 비율은 은행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은행이 리스크를 자체적으로 판단해 책임지도록 여신심사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DSR 상한선을 자율에 맡기면 오히려 특정 은행의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 별로 대출 한도의 차이가 나면 차주들은 한도를 가장 많이 주는 은행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은행권 대출 영업 경쟁이 과열되면 DSR이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중은행들이 DSR 명시적인 규제로 만들고 비율도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DSR 규제 비율이 명시화되면서 DTI는 사라질 규제로 보고 있다. DSR이 DTI보다 강화된 규제인만큼 동시에 운영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LTV의 경우 담보자산가치에 기반을 둔 규제여서 자산이 많은 이들의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다. 따라서 LTV 규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DSR 종합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분간 DTI 규제는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DSR 종합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은행권에 적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우선 DTI나 LTV 등 현행 규제 내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DSR은 시간을 갖고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적사건25시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