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에게 헝가리는 물대포, 크로아티아는 안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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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9-16 23:41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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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준비하는 동안 크로아티아는 난민들을 위한 ‘지뢰안내지도’를 그렸다. 무장한 헝가리 경찰이 16일 낮(현지시간) 세르비아와의 국경 철조망에 있는 난민들에게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분사했다. 갑작스러운 물리적 공격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철조망에 매달려있던 아이부터 어른까지 눈과 코를 막은 채 뛰어다녔다. 화가 난 일부 난민들은 물병과 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현장소식을 전하던 CNN 기자도 리포트 도중 목이 막히는 듯 기침을 했고 눈을 비볐다.
지난 14일 자정 (현지시간) 헝가리는 새로운 이민법 적용을 선포하며 세르비아에서 이어진 모든 국경을 봉쇄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헝가리 국경까지 도착한 난민들은 몇분 차이로 희비가 갈렸다. 간신히 철조망 틈을 빠져나온 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눈앞에서 ‘살 길’이 막히는 것을 본 난민들은 절규했다. 헝가리는 단호한 법적용을 내세웠지만 난민들이 철조망에 오르고 뒤엉키면서 15일 0시 20분이 지나 완전히 문을 닫았다.
페테르 시야트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16일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레이저 장벽을 설치한 것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야트르 장관은 AP인터뷰에서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EU가 그리스에 병력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헝가리는 15일 철조망을 넘은 난민들을 체포했다.
수백명의 난민들은 철조망 앞에서 “우리는 헝가리에 빵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제발 지나가게만 해달라”며 울부짖었지만 돌아온 것은 물대포와 최루가스였다. 헝가리 정부는 “14일 헝가리로 넘어온 난민 수는 9380명이었으나 15일 366명으로 수가 급갑했다”며 새로운 이민법의 ‘효과’를 홍보했다.
헝가리가 지난 14일 자정(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새로운 난민법 적용을 선포하며 모든 국경을 봉쇄하자, 난민들은 새로운 루트를 찾았다. 크로아티아였다.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는 ‘발칸 루트’는 세르비아를 거쳐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로 가는 길이었지만 세르비아에서 헝가리로 가는 길이 막히자 세르비아에서 크로아티아로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15일 “우리는 난민들을 수용할 것이고, 난민들은 크로아티아를 자유롭게 지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16일 오전까지 300명의 난민이 크로아티아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국경 근처에서 난민들을 대상으로 망명신청을 받았다. 밀라노비치 총리는 “레이저 철조망은 끔찍하다”고 밝혔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