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투자’라는 몽상에 대하여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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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8-26 07:02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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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노무현 정부는 우리 기업들의 북한투자를 적극 종용했다. 노무현은 2007년 10월 김정일과의 평양회담 때도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기업인들을 대거 동행시켰다. 그러나 서울로 돌아온 각 대기업 회장들은 대북(對北)투자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북측이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고 통신 통행 통관 등 3통(通)을 보장한다면 신규 투자를 검토하겠다”며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권이 앞장서 북한에 대한 몽상과 환상을 부추기던 시절 기업들이 권력의 대북 경제협력 요구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았다. 주요 대기업은 정권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권력 안팎의 실세들에게 이런저런 당근을 제공했지만 투자 요구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나마 좀 알려진 기업이 북한에 진출한 사례는 나중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박성철 회장의 신원과 장치혁 회장의 고합 정도였다.
우리기업의 속성들은 돈을 벌 수 있으면 열사(熱沙)의 중동,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戰場), 전염병이 창궐하는 밀림행도 주저하지 않았던 기업들이다. 그런 우리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북한 투자에 손사래를 친 것은 사막이나 전쟁터보다 경영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고 실제 그렇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권과 손잡고 대북 경협에 무리하게 뛰어든 ‘정주영 회장의 현대’가 남북의 권력자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몰락의 위기를 맞은 것은 기업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이다.
현재, 남북 고위당국자 협상이 타결된 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이후 이명박 정부가 취한 대북 신규 투자 금지와 남북 교역 중단 등 5·24 제재 조치를 해제하자는 사람들도 슬금슬금 나타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해 북한주민들의 삶을 끌어올리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고임금 압박에 시달리는 우리기업들이 북한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면 그 역시 환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나 앞으로도 그들의 본질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질지 매우 회의적이다.
정치인들이나 행정가들, 학자들, 많은 경제, 특히 불량 경영 문외한들이 투자요소 원가, 투자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대북투자 하라고 하지만, 그들은 기업들은 투자처를 결정할 때 정책의 일관성, 투명성, 예측 가능성이 낮은 곳을 매우 기피한다는 경영에 가장 중요한 사실을 항상 간과한다. 기업경영에 내일을 예상하기 어려운 변덕만큼 괴롭고 곤혹스러운 일은 없다.
특히, 계약 자유와 준수, 신의성실, 재산권 보호는 상거래의 기초적 필요,필수 조건이다. 안타깝게도 북한은 경영의 모든 조건에서 최악의 투자처며 한마디로 지옥이다. 개성공단에서 발생한 자의적 공단폐쇄 및 남측직원 억류, 현대와 맺은 관광사업 독점권 계약파기와 금강산 시설몰수는 이런 사실들과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냈었다.
중국과 대만의 경제교류와 비교해 경협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언뜻 보면 그럴 듯 하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하는 대만기업들은 북한에서와 같은 위험과 체제의 겁박에 직면하지 않는다. 북한이 대만의 중국 투자여건과 비슷했다면 누가 등 떠밀지 않아도 벌써 수많은 우리기업이 북한에 진출했을 것이다. 업무상 북한에 머무는 기업 관계자들이 유사시 북측의 볼모로 잡힐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세계적인 어느 경제평론가는 “자기 재산과 생명마저 언제 잃어버릴지 모르는 곳에 가치 있는 것을 지으려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김정은 정권이 한국의 대북경협을 원한다면 적어도 투자 기업인의 생명과 특히, 기업 재산권은 확실히 보호하고 보장한다는 믿음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가능하고 그것은 필수적 선결과제다.
박근혜 정부도 정권욕심이나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해 과거 두 정권들처럼 기업들의 팔을 비틀려는 환상과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업의 투자는 자율적 경영판단으로 결정하고 그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다. 그것을 무시하고 그럴듯한 무슨 “한반도 프로세스”에 의해 또 가뜩이나 내수, 수출하기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대북투자를 하라”고 기업에 부담을 준다면 “나, 이정권, 기업에 엄청 무식해!” 라고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처럼 자인하는 꼴이다.
어느 시민은 기자에게 말했다. “만약 또 정부가 기업에게 대북투자 하라고 한다면 EG그룹부터 대북투자 하시던가!” 적어도 대북투자를 기업에게 정부가 유도하려면, 북한에 투자 기업인의 생명과 기업 재산권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책임져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환상이요 몽상일 뿐이다. 북한을 어떻게 믿으라는 말인가? 정부당국자들, 대통령께서는 진정 김정은과 평양 무리들을 믿으시는가? 국내경제 내수 살리기, 가계부채, 청년실업, 스스로 언급한 노동개혁, 당장 발등에 떨어진 대내외 우리경제 리스크들에 대한 대책에만 몰두해도 머리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판에,,,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