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보트피플, 아시아의 유대인 취급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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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5-21 19:39본문
동남아시아 해상에 표류하고 있는 로힝야족이 유럽에서 오랜 기간 박해를 받은 유대인과 같은 처지가 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FT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서 인종·종교 차이로 박해를 받고 있는 로힝야족 보트피플이 과거 2차 세계대전때 유럽에서 탈출했으나 각국에서 거부당했던 유대인 난민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당시 나치 독일 치하에서 박해를 받던 유대인 난민 915명이 2차대전 발발 직전인 1939년 5월 함부르크에서 출발한 여객선 'SS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국외로 망명을 시도했다. 이들은 그러나 2주 뒤 도착한 쿠바에서 입국을 거부당했고 뒤이어 들른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마찬가지로 쫓겨나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야 했다. 당시 유대인 탑승객 가운데 4분의 1이 나치의 강제 집단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신문은 부끄러운 과거로 남은 76년전 유대인 난민의 사례가 동남아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면서 지난 수 주일 동안 최소 6천명의 로힝야족 보트피플이 안다만해를 떠돌았지만 이웃 국가에서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로힝야족이 미얀마에서 투표권은 물론 제대로 된 신분증도 가지지 못한 채 사실상 특정 지역에 갇혀 살고 있다는 점도 나치 치하 유대인 상황과 유사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 교도 이민족인 로힝야족은 '벵갈리'(벵갈인)라는 경멸조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로힝야족에게 투표권을 줘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부딪혀 정부가 로힝야족의 임시거주증을 취소하기도 했다.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은 미얀마의 오랜 군부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 개혁이 추진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도 불교도 유권자들 때문에 로힝야족 언급을 조심스러워한다고 FT는 전했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