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납세자? 혜택 악용한 문제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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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전재표 작성일 15-05-31 23:51본문
모범납세자? 혜택 악용한 문제많다
정부로부터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으면, 금융권 대출금리 경감, 공항 출·입국 시 전용심사대 이용, 의료비 할인, 공영주차장 및 국립공원 주차장 무료 이용, 콘도요금 할인 등의 우대혜택을 받는다. 최대 3년간 세무조사 유예 등 사회·경제적 혜택도 주어진다. 세금을 충실히 납부한 모범납세자들은 탈세 우려가 작을 것이란 판단에 세정 당국이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09년 3월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배우 송혜교가 대표적이다. 송혜교는 세무조사 유예기간인 2009∼2011년 총 54억9600만원을 아무런 지출 증명서류 없이 필요경비에 포함시켜 신고한 사실이 세정당국에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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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송혜교처럼 세무조사 유예 등을 악용해 탈세하는 모범납세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31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매년 500여명씩 선정되는 모범납세자에 대한 사후검증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모범납세자 관리 규정’을 최근 개정했다. 개정 규정을 보면 국세청은 모범납세자에 대해 연 1회 이상 사후검증을 할 수 있고, 모범납세자가 사후검증 또는 선정요건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선정을 즉각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모범납세자에 대한 사후검증을 내부 지침으로 실시하다 명문화한 것이다.
또 지난 2월 개통한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을 활용해 모범납세자 선정이 취소되면 국세청 전산에 실시간 반영해 각종 사회·경제적 우대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그동안 모범납세자 선정이 취소됐음에도 즉각적으로 반영이 되지 않아 혜택을 계속 누리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번 조치는 이들이 사회·경제적 혜택을 악용해 탈세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모범납세자 사후검증 현황을 보면 2009년 선정된 모범납세자 549명 중 22명이 조사를 받아 925억원을, 2010년 선정된 546명 중엔 27명이 947억원을, 2011년 선정된 526명 중엔 14명이 797억원을 추징당했다. 2012년과 2013년 선정된 모범납세자 중에는 각각 8명과 2명이 조사를 받아 295억원, 34억원을 추징당했다. 이는 3년간의 세무조사 유예기간이 만료된 지 얼마 되지 않거나, 아직 유예기간 중이어서 적발 인원이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세정당국의 사후검증 강화와 같은 조치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모범납세자들이 세무조사 유예기간 동안 저지른 탈세에 적용되는 가산세율 등 처벌 수위가 일반 납세자들이 탈세를 저질렀을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이들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후 각종 사회·경제적 혜택을 누린 점에 비춰볼 때 탈세적발 때에도 크게 손해 볼 게 없다는 얘기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모범납세자 제도는 주로 연예인이나 개인사업자, 기업가 등을 대상으로 시행되다 보니 ‘유리지갑’ 근로소득자들에겐 딴 세상 얘기일 뿐이다. 직장인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월급에서 매월 꼬박꼬박 세금이 징수돼 누구보다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모범납세자 혜택은 ‘언감생심’이다.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모범납세자 운영으로 성실납세 분위기 조성과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납세자들이 세금을 성실히 내게 하려면 정부가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국세청이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재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