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건2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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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제학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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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06-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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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제학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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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정말 독자들에게 유용하고 좋은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추적사건25시는 조선일보에 타사지만 찬사를 보내면서 이를 시사종합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경제학자들은 왜 싸우는 것일까? 올 들어 세계 경제계의 거물이 경제정책을 놓고 공개적으로 맞붙는 희귀한 '빅 이벤트'가 속속 벌어졌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의장과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블로그를 통해 설전을 벌였고,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학 교수와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서로를 거명하며 비난했다. 이들의 '경제학 전쟁'은 역설적으로 세계 경제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터지고 2010년 유럽 재정 위기가 일어나면서 세계경제는 7년째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제로 금리에 양적 완화, 재정 확대 정책 등 경제정책을 동원했지만,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경제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의 정책이 옳았는지, 앞으로 어떤 정책을 써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나라의 입장, 그리고 각국의 정책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경제학자들이 각자의 견해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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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장의 자율 기능을 강조한 신자유주의가 풍미한 적도 있었지만 세계 금융 위기 이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는 쪽이 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경제학 대전의 진영은 정부 개입 강도에 따라 모든 정책을 동원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 재정정책을 강조해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 통화정책은 적극적으로, 재정정책은 긴축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하면서, 재정정책을 긴축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 등으로 나뉘고 있다 


재정, 통화정책을 망라한 '총력전' 주장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약 70여년 만에 나타난 최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내려 돈을 푸는 통화정책, 정부가 재정을 푸는 재정정책 등 경제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버냉키 전 의장을 비롯해 그 후임인 재닛 옐런 현 연준 의장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설계한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도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제로 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국채를 사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 등 통화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재정정책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과잉 저축 때문에 소비와 투자가 부진하고 실질 이자율이 높은 상황이므로 과감한 통화정책을 통해 '앞으로는 물가가 오르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심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본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이쪽으로 볼 수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에 도달할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해서는 안 되며, 재정 적자 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 정부 지출을 늘려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굳이 따지자면, 크루그먼 교수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중요시했고, 버냉키 등은 통화정책에 더 무게중심을 뒀다. 이들의 학문적 배경을 보면, '()케인스주의'에 가깝다. 신케인스주의는 재정정책을 중요시한 케인스주의의 주장을 좀 더 장기적인 경제 현실에 맞게 발전시킨 이론이다. 이들의 뿌리는 197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새뮤얼슨 전 MIT 교수인데,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과 크루그먼 교수가 그의 제자이고, 버냉키 전 의장의 논문 지도교수가 피셔 부의장이다. 이 외에도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 교수가 역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옐런 의장과 하마다 교수가 쿠퍼 교수의 제자다. 이런 총력전 정책을 채택한 나라는 미국, 일본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취임 이후의 유로존이다. 모두 제로 금리에 대규모 양적 완화를 추진했고, 재정정책도 강조했다. 유럽은 재정 위기를 겪은 이후라서 과감한 재정정책을 펴지는 못하고 있다 


재정 정책론(장기 침체론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양적 완화 등 통화정책은 더 이상 유효한 수단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버냉키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서머스-버냉키 논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이론이다. 서머스는 2007년 이후 미국이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하지 못했고 요소 생산성 저하, 자본 투자와 노동 투입 감소가 그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 투자 수요를 진작하기 위해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제안했다. 


서머스의 '장기 침체론'1930년대 미국의 경제정책에 영향을 줬던 '미국의 케인스' 앨빈 한센이 처음 제기했다. 한센은 1930년대 상황에 대해 점차 인구가 감소하고 기술 진보가 더뎌지면서 기업의 투자 유인이 사라지고,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한센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도했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서머스의 미국 경제 진단과 경기 부양책은 대공황기 한센의 아이디어와 일맥상통한다. 서머스는 친삼촌인 폴 새뮤얼슨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폴 새뮤얼슨은 하버드대에서 앨빈 한센의 지도를 받았다 


재정 긴축론  


국가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90%를 넘으면 위험하기 때문에 재정정책은 긴축적으로, 통화정책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럽 재정 위기가 한창이던 20104,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부채 시대의 성장'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40여개국의 200년에 걸친 방대한 통계를 분석한 논문의 결론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90%를 넘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0.1%로 나왔다는 것이었다. 국가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성장이 뒷걸음친다는 얘기다. 이를 '로고프-라인하트 절벽'이라고 했다 


이런 내용의 재정 긴축론은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 위기 국가가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뼈를 깎는 긴축과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유럽연합(EU)의 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논문은 MIT 경제학과 박사과정 학생 등의 반박 논문으로 일부 오류가 발견됐고 타당성 논란이 있었지만 재정 위기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큰 시사점을 던졌다. 이들은 국가 부채가 증가하면 금리가 상승하고 따라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재정 긴축이 필요하며 특히 단기 부채 감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성장파인 폴 크루그먼과 정반대인 셈이다. 크루그먼은 국가 부채가 증가한 원인은 근본적으로 경기 침체와 저성장이라고 주장했다. 재정 긴축은 침체를 더 심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긴축론을 택한 것이 영국의 보수당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이 정책에 도입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는데, 영국 보수당이 지난달 열린 총선에서 승리하자 크루그먼 교수가 선거 결과를 비판했고, 보수당과 견해가 비슷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이를 다시 비판하면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독일식 질서자유주의  


통화정책은 적당하게 하고, 재정정책은 긴축적으로 해서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의 경제정책은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질서자유주의에서 경제와 관련한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질서를 관리하고 유지해 시장이 자유롭게 작동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치 시대에 고전적인 자유주의의 분파로 태동했으며, 나치 식의 계획경제에 반대하고 또 순수한 자유방임주의와 케인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수요 관리 정책도 모두 배격한다 


특징으로는 독과점이나 담합이 나타났을 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물가 안정을 위해 엄격한 통화정책을 시행한다. 1, 2차 세계대전 당시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부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세운다. 이 때문에 독일은 미국, 영국보다 파산법이 엄격하다. 독일은 세계 금융 위기 초기에 재정을 확대하기는 했지만 많은 독일 경제학자들은 '반칙(foul)'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유럽 재정 위기가 터졌을 때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거의 유일하게 '수요가 꺾이는 가운데서도 재정 지출 삭감'이라는 반()케인스주의 정책을 폈다. 2020년까지 재정 균형 목표를 내걸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부 장관이 그리스 등 재정 위기 국가에 강력한 긴축과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도 이런 독일식 질서자유주의 철학에 기반한 것이다 


세계 금융 위기 초기에 독일의 입김이 강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 수준으로 낮췄지만 미국, 일본과 달리 양적 완화는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유럽 재정 위기 이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부임하면서부터 재정 위기국들의 의견도 반영됐고, 그때부터 양적 완화를 시행했다. 


청산주의(신자유주의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각국의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재정정책이 새로운 버블(거품)을 형성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꼭 필요한 개혁과 구조조정을 늦추는 빌미로 작용하기 때문에 시장 자율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정부 개입이 강조되면서 신자유주의는 세력이 크게 약화됐지만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여전히 이 견해를 유지하고 있으며 투자은행(IB) 출신의 일부 학자도 이를 거들고 있다. 특히 BIS는 금융 안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은 유동성(자금)을 공급하면 금융 체계가 불안해진다고 본다. 이 때문에 BIS는 상대적으로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지지하고 양적 완화를 추진하는 국가들에 통화정책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국가 부채와 금융 부실을 줄이려는 노력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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