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박대통령 '퇴진 로드맵'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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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6-11-15 18:42본문
야권, 박대통령 '퇴진 로드맵' 논의 본격화
야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로드맵'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마저 지난 14일 당론을 변경해 야 3당 모두 '박 대통령 퇴진'을 최종 목적지로 삼게 되면서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인한 국정 마비 사태에 대한 야당 내 수습책이 여러 갈래였다가 정리가 된 셈이다. 야권이 내놓는 공통적인 방정식은 '질서있는 퇴진론'이다. 헌정중단 사태를 피하고 과도기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론으로 내세워지고 있다. 국민의당은 '질서있는 퇴진론'을 공공연히 주장해온 데 이어, 민주당도 이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과도내각 구성에 최우선
야권이 주장하는 퇴진에는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이 모두 포함돼 있다. 야권은 최소한의 '촛불 민심'을 하야로 보고 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탄핵의 경우 절차적 복잡성 및 현실성 등으로 당장에 추진하는 카드로는 아껴두고 있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언제든 전격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은 아직 '퇴진 로드맵'을 완성하지 않았지만, 공통적인 첫 단계로 과도내각 구성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지배적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여야가 합의한 총리로 교체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 탈당→영수회담 통한 새 총리 추천→조각을 통한 거국중립내각 구성 및 최순실·우병우 사단 인적 청산→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국정조사·별도 특검 수사를 통한 질서있는 퇴진'을 해법으로 적극 제시해왔다. 일찌감치 박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해온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통령 퇴진선언→여야 합의 총리 선출→조기대선을 포함한 정치일정 제시'를 대안으로 제안한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 전개를 선언하면서 과도내각 구성을 통한 '최순실 사태' 규명 및 차기 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질서있는 퇴진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은 야권 및 시민사회가 구성하는 비상기구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야 3당과 시민사회 간의 비상시국기구 구성을 제안해 사실상 지도부와 문 전 대표가 보조를 맞췄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최근 전체 여야 의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하야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놓으면서 우선적인 총리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국회의장 직속의 탄핵검토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도 질서있는 퇴진을 위한 과도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71조에 근거한 '권한대행론'
이런 가운데 과도내각 총리의 권한 설정 문제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야권 일각과 학계에서는 헌법 71조에 의거한 총리 권한대행 체제론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을 뒷전에 놓고 총리가 내치와 외치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비록 힘을 잃었지만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는 상황에서 이를 '궐위'나 '사고'로 볼 수 있느냐는 법적 논란을 제기될 수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여기서 '사고'는 단지 질환으로 업무를 못 보는 것과 같은 물리적 사고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태'가 발생한 경우를 포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법학계 다수학설도 아니고 다소 황당한 주장이다. 박영선 의원 역시 새 총리가 헌법 71조에 따른 총리 권한대행으로 지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대선에 중점
야권이 과도내각을 주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할 경우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 혼란을 수습할 주요 책임 축인 야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야권에서 과도내각을 통해 향후 정치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리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국민의당도 이 같은 입장일 뿐만 아니라 박영선 의원도 "총리 권한대행은 탄핵 또는 대통령 퇴진에 따른 향후 정치일정에 따른다"고 말해 조기대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과도내각 개헌 추진 구상
과도내각에서 개헌을 통해 조기 대선을 하면 박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대통령직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민주당 6선 중진인 문희상 의원은 "개헌을 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되면 박 대통령은 역사적으로도 탄핵된 대통령으로 기록되지 않고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 퇴진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헌정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만약 박 대통령이 하야 하거나 탄핵을 당하면 총리가 직무대행으로 국정을 이끌고 개헌이나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야 개헌론자들 사이에는 이번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만큼 차제에 대통령 퇴진 문제와 개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최순실 공소장 내용따라 탄핵론도 부상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151명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헌재의 탄핵심판에만 최장 180일이 걸리는 데다, 이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탄핵 결정이 내려지려면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내년 초 퇴임하는 점도 야당은 계산에 넣고 있다.
이런 문제로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섣불리 탄핵카드를 꺼내 들지는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지금은 탄핵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목소리는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기점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민주당에선 이언주 의원 등이, 국민의당에선 천정배 전 공동대표 등이 즉각 탄핵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에 대한 범죄 사실이 적시될 경우, 탄핵론이 들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 같은 경우를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순실의 검찰 기소를 기점으로 야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도 탄핵 문제에 대해 정리를 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