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소신, 겸손, 믿음, 의지, 진정한 민의대변이 그들을 살렸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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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편집국 작성일 16-04-20 09:56본문
정치소신, 겸손, 믿음, 의지, 진정한 민의대변이 그들을 살렸다(3)
20대국회 입성, 이슈 당선자들
-----(이어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국민의당이 새누리와 더민주 중 어느 쪽 표를 더 많이 가져왔을까'를 놓고 신경전이 있다. 하지만 각자 편한 추측에 기대는 경향이 많다. 또한 선거가 끝나고 국정교과서 폐기 결의안 등 야권 공조 분위기가 조성되자 공식적인 신경전도 한풀 꺾였다. 그렇다면 역발상으로 '야권은 분열로 망한다'가 아닌 '여권이 분열로 망했다'는 확인된 사실부터 초점을 맞춰보는 게 생산적일지도 모른다.
새누리 참패의 직접적 원인은 '공천 갈등'으로 지목되지만, 근원은 박 대통령의 불통, 주위의 권위주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대 국회 때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이 줄줄이 파기·축소됐고,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공적 문제를 제기하며 정책 노선 변경을 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며 사적 감정을 드러내며 맞받아쳤다. 시의 적절성으로 보나 사태의 정합성으로 보나 맞지 않는다.하지만 결국 친박계의 압력 끝에 유 의원은 원내대표를 사퇴했다. 이때부터 영남 벨트에서는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권위적 태도와 유 의원의 처신을 놓고 '유승민이 박 대통령에게 입은 은혜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느냐' '박 대통령이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냐'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핵심 논점은 '누가 우리 집단(친박 새누리)의 결속력을 깼느냐'다.
19대 국회 내내 친박 대 비박 갈등은 반복됐고 영남 벨트에서 논란은 계속됐다. 물론 새누리당은 동물적 본능을 가졌다. 만성적인 분열에 시달리는 야권과 달리, 볼썽사나운 권력 다툼을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Pick me up(픽미 업)' 율동을 추고, 어김없이 유권자들 앞에서 절 퍼포먼스까지 벌이며 굴종을 연기했다. 수권을 위해서 조건 반사적으로 단합한 것이다. 하지만 영남인들의 '눈치'까지 피해가지는 못했다.
눈치란 상대방의 태도를 근거로 마음을 읽어내는(해석하는) 일종의 '탐색전 능력'이다. 이 능력이 발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집단 구성원들은 자기 심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게 강요 없는 집단 통합과 훈훈한 양보 문화 형성에 방해될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서로 결속감이 깨지지 않게끔 '체면 세워주기' '의례' 등을 지키면서도, 상대가 잘 드러내지 않는 심정을 미리미리 읽는 눈치를 익힌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양보를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신의 정치 심판론' '영남 물갈이론' '진박 마케팅' 공세를 퍼부으며 비박계 특히 유승민계가 국정을 발목 잡았다는 '핑계'를 댔다. 그리고 실제로 비박계와 유승민계를 줄줄이 공천 배제했다. 이쯤 되면 영남 벨트에서도 괘씸함과 섭섭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나온다.
우리 집단 구성원들은 서로를 분리하는 압력을 위협으로 간주한다. 또한 권력자가 친밀감 없이 굴면 반발심을 느끼고 집단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늘어난다. 박 대통령은 자기중심적 태도로 결속력을 깨뜨렸고, 새누리당은 영남과의 탐색전에서 본심을 들킨 것이다. 선거 초반에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는 말로 결기를 다지고 막판에 '오만했습니다. 사죄드립니다'라고 굴종을 연기한들 공천 갈등 속에서 본능적인 권력욕은 숨길 수 없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승민계는 영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백의종군의 안쓰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그 결과 유승민은 대구 동구을에서 75.7%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비록 2.9~5.9% 격차로 낙선하기는 했지만 유승민계 조해진·류성걸 후보도 선전했다. 야권의 분열이 만성적이라면 새누리의 분열은 결정적 순간에 이루어졌다.
이에 김부겸 의원은 틈새를 파고들며 야권 후보와 여당 텃밭에 등장한 2030의 선전을 작동시켜버렸다. 그는 "뜨거운 사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고 대구에 절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대구 수성구갑에서 당선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했다. 김부겸은 경기지사 출신의 3선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정통 야당 후보가 대구에서 승리한 것은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었다.
영남 벨트에 새누리당 텃밭에 균열이 갈 때 틈새를 파고든 것은 야권 후보들이었다. 대표적으로 김부겸 의원은(대구 수성갑) 유세를 할 때 상대를 가르치는 듯한 계몽하려 드는 화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라는 단어를 꾸준히 언급했다. 대구 젊은이들을 "우리 대구의 아들딸들"이라 부르며 중장년층 유권자들과 동질감의 물꼬를 트는 식이다. 또한 야당을 찍어도 배신이 아니라는 명분을 유권자에게 줬다. 계속 1번을 찍어줘도 대구 경제가 20년째 전국 최하위이면서 젊은이들이 1년에 만 명 가까이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는 상황, 여당의 공천 문제 등을 상기시켰다.
대구 시민들이 이번에는 자존심 좀 찾아도 된다고 강조하는 식이다. '대안없이 발목만 잡는 야당'이라는 이미지가 약점이란 것도 정확히 인지하고, 여당과 협력한 사례나 야당의 합리적인 정치인들을 거론하며 '함께' 지역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 단순하면서도 유기적인 화법은 정확히 먹혀들었다. 김 당선자는 득표율 62.3%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 37.7%를 크게 앞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 지었다. 영남 유권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영남에 맞는 화법으로 다가가야 했다. 그는 “대구 시민도 사람입니다. 우리 마음은 돌이 아닙니다."라며 선거유세하고 다녔다. 김무성 전새누리당 대표의 ”이곳 사람들은 배알도 없느냐?“는 지원유세와 같은 뜻이면서도 듣는 어감은 전혀 다르다. 지극히 겸손한 것이었다.
정통 야당으로는 31년만에 대구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더민주의 총선 출마자 가운데에서 최고 득표를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의원 측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110명 가운데 김부겸 후보가 8만4천911표를 얻어 최고 득표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차점자와의 격차가 3만3천536표로 최다를 기록했고, 득표율도 62.3%로 경남 김해을 김경수 당선자의 62.3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덧붙였다. 김의원 측은 “김 당선자의 상대가 새누리당의 대권 주자인 김문수 후보였음을 고려하면 그의 득표 기록은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지의 한국인 더민주 김부겸 의원은 조용히 야권의 큰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었다.
서용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