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터키 경제,인적교류 제재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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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1-29 18:59본문
러시아 대터키 경제,인적교류 제재 단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터키 전투기의 자국 전폭기 격추 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국가안보 확보와 범죄적이며 불법적인 활동으로부터의 러시아 국민 보호 조치 및 대(對)터키 특별 경제 조치에 관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대통령령에 따라 일부 터키 상품의 수입이 금지되고 터키 기업들의 러시아 내 활동도 제한을 받게됐다. 수입 금지 상품 목록과 제한되는 기업 활동 목록은 30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가 주로 러시아에 수출해 오던 농산물과 식료품, 직물, 자동차 부품 등이 제재 목록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내년 1월 1일부터 터키인 근로자 채용도 금지됐다. 터키인들은 기존 계약 기간만큼은 일할 수 있지만 계약이 끝난 뒤 연장은 불가능하며 신규 채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다만 정부가 지정하는 일부 대형 건설 프로젝트 종사자들은 이같은 제재를 받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일하는 터키인 근로자는 약 9만명으로 주로 건설 분야에 고용돼 있다. 근로자들의 가족까지 합치면 약 20만 명의 터키인이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다.
이번 제재에 따라 내년부터 터키인 근로자들의 수가 매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당국은 부족한 노동력은 러시아인 근로자와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근로자들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령은 또 자국 여행사들의 터키 여행 상품 판매를 금지하고 관광객들을 운송하는 전세기 운항도 중단시켰다. 터키와 체결된 비자면제협정도 잠정 중단시킨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양국 국민은 비자면제협정에 따라 2개월 이하 단기로 상대국을 방문할 경우 비자를 받지 않았다. 관광객들과 상담 및 시장조사를 위해 상대국을 방문하는 기업인 등이 주로 혜택을 받아왔다.
터키는 이집트와 함께 러시아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외국 관광지였다. 러시아인들은 독일인 다음으로 많이 터키를 방문해왔다. 올렉 사포노프 러시아 연방관광청장은 "지난해만 해도 400만 명 이상의 러시아인이 터키를 방문했으며 이들에 의해 약 100억 달러의 돈이 빠져 나갔다"며 "이제 이 돈이 국내에서 소비되면서 러시아 관광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의회도 푸틴 대통령의 제재를 지지하고 나섰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제재 조치는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테러리스트들의 동조자가 되버린 터키에 대한 대응"이라며 "이 조치들로 터키가 테러리즘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게임에 이용해선 안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전폭기 피격 사건 직후 "심각한 결과"를 경고했던 것에 비하면 러시아 정부의 터키 제재 수위가 절제된 것으로 평가했다. 제재 범위가 정치·군사 부문을 제외한 경제·인적 교류 분야에 한정된 데다 당초 제재 대상으로 언급됐던 에너지 분야 대형 합작 프로젝트 등은 제외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병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