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저명 인권변호사 총격 피살
페이지 정보
작성자권병찬 작성일 15-11-29 19:17본문
터키 저명 인권변호사 총격 피살
터키의 저명한 쿠르드계 인권변호사가 28일(현지시간) 동부 도시 디야르바크르에서 기자회견 도중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터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암살일 가능성을 언급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으며, 이스탄불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선 암살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터키 언론들은 이날 오전 11시께 디야르바크르의 주요 사적인 미나렛(이슬람 사원의 첨탑) 앞에서 디야르바크르 변호사협회 타히르 엘치 회장이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괴한들이 총을 난사해 경찰과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엘치 변호사와 경찰관 1명이 숨졌으며 기자 3명과 경찰관 2명 등 다수가 부상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총격사망 직전의 엘치 변호사
도안통신이 보도한 영상에 따르면 괴한들이 기자회견장 근처에 택시를 타고와 차 안에서 총을 쏘면서 총격전이 시작됐으며, 엘치 변호사는 기자, 경찰관 등과 함께 피신하고 있다가 총에 맞고 쓰러졌다. 도안통신 등은 엘치 변호사가 뒷목에 총을 맞았으나 괴한이 그를 겨냥하고 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반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터키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 테러리스트들이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암살인데 암살이라면 투명한 조사로 드러날 것"이라며 다른 가능성은 괴한과 경찰 간 총격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엘치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터키 치안당국과 PKK 간 유혈충돌로 미나렛이 훼손됐다며 충돌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그는 지난달 14일 민영방송에 출연해 "PKK는 테러 조직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PKK를 공격한 정부를 비판했으며 살해 협박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19일 경찰에 체포됐으며 검찰은 테러 조직의 선전을 조장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친정부 성향의 일간지인 사바흐는 엘치 변호사는 PKK의 청년 조직인 YDG-H가 지난 7월부터 시가지에서 충돌을 유발한 전략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 사건은 테러리즘에 단호하게 대처한 터키 정부가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끝까지 테러리즘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디야르바크르 등지에서는 엘치 변호사가 암살됐다며 집권당을 비판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탄불 도심 탁심광장 인근에는 시민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물대포로 해산을 시도했다. 주터키 미국 대사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엘치 변호사를 "용감한 인권 수호자"라며 이날 숨진 경찰관 유가족과 터키 국민 모두에게도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PKK는 터키 최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 분리독립을 목표로 1978년 결성된 조직으로 터키와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정됐다. PKK는 2000년대부터 독립국가 대신 쿠르드족 자치로 목표를 바꿨으며, 2013년 3월 정부와 평화 협상을 계기로 휴전을 선언할 때까지 30년 동안 무장항쟁을 벌여 4만5천여명이 숨졌다.
권병찬 기자